노무현^ 유시민
신년 벽두부터 개각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던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입각과 관련해 인사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8일 핵심측근인 청와대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윤태영 비서관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준비하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유시민의원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발탁한 것은 유 의원을 차세대 지도자 그룹으로 키우고 경륜을 쌓게 하기 위한 때문"이라고 밝혔다. 윤 비서관의 이같은 언급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유시민 의원의 3각구도를 통한 잠룡그룹의 경쟁과 견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의 향후 정국구상의 일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 의원 입각은 차세대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것" 윤 비서관은 특히 "노 대통령의 유 의원 장관 내정은 지난 2004년 7월 정동영, 김근태 장관을 입각시킬 당시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서 "유 의원의 입각 내정은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예정하고 준비해 온 사안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윤태영 비서관은 또 "당시 대통령은 당의 차세대 또는 차차기 세대를 이끌고 갈 지도자그룹으로 정세균, 천정배, 유시민 의원 등을 주목하면서 장차 이들을 입각시켜 국정경험을 풍부하게 쌓도록 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윤 비서관은 결국 "이들이 역량있는 지도자감이라는 사실은 그동안 당내 선거를 통해 원내대표나 상임중앙위원으로 선출되었다는 점을 통해 충분히 입증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 입각은 전문성과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윤태영 비서관은 또 유시민 의원은 그동안 국회 보건복지위 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우선 실례로 "개각 전후로 실시된 어느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 의원의 입각에 대해 20대는 67%, 30대는 49%가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이 우리 정치에 일정한 여론을 반영하고 있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비서관은 이같은 언급은 김완기 청와대 인사수석이 입각 발표 당시 유 의원을 가리켜 "한 계층의 대변자"라고 지칭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은 레임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윤태영 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은 이른바 레임덕을 두려워해 차세대 지도자를 키우는데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대통령은 차세대 그룹에 가급적 기회를 열어주면서 경륜을 쌓도록 해야 한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윤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도 우리 정치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그룹을 기회가 되면 적극 기용할 생각을 대통령은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당내 유시민 반대파 의원들에 소모적 논란 자제 당부 윤 비서관은 이어 당내 반발기류를 염두에 둔 듯 "유 의원이 그동안 기간당원제도를 비롯해 당헌당규의 개정 과정에서 갈등의 한 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것은 이상주의적 관점에서 원칙을 관철하려는 측과, 현실적 조건을 수용하자는 측의 인식 차이일뿐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며, 따라서 그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비서관은 따라서 "이같은 인식차이로 인해 갈등과 감정이 생겼다 해도, 그 자체가 입각의 장애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통령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윤 비서관은 일례로 2003년 당시 청와대 인사쇄신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과 관계가 다소 불편해지기도 했었지만 천정배 의원을 법무부장관에 적극 기용했다고 소개했다. 윤태영 비서관은 마지막으로 유 의원의 입각은 이처럼 준비하는 대통령이 오랫동안 검토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면서 더 이상 소모적인 정치적 논란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대통령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내 반란 수그러들까...윤태영 비서관의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이 알려지고, 또 1.24 원내대표 경선과 2.18 전당대회 분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유시민 의원의 입각으로 불거진 당청갈등과 당내분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실제로 서명파 초재선 의원들이 당초 예정대로 9일 당청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토론회를 강행한다는 방침이지만 갈등이 봉합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또한 유재건 신임 의장이 일단 연기됐던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만찬회동을 가급적 이른 시일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당내 갈등이 빠르게 수습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다만 다음달 전당대회에서 40대 재선그룹을 중심으로 당청관계 재정립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여 전당대회 표심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