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배지 (황진환 기자)
충북도지사를 지낸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의 '선거구 재획정 공세'가 거침없다.
충청권 의원들을 규합해 선거구 조정 관련 헌법소원을 냈던 그는 20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충청권 의석수 고착'의 탓을 민주당에 돌리고 나섰다. 유독 '호남권 인구 감소'에 집착하는 그의 행보를 놓고는 '정략적'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인구 지상주의'의 허점= 정 최고위원을 포함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의 논리는 '인구가 증가했으니 충청권 의석수가 더 늘어야 한다' 정도로 정리된다. 그러나 이같은 '인구 지상주의'에는 허점이 있다. 정작 인구대비 의석수에서 '확실한 손해'를 보는 곳은 수도권 밖에 없다.
인구만 따지자면, 영·호남 지역 등의 '과다 의석'을 모두 수도권에 몰아주는 쪽이 훨씬 정치적 평등에 부합한다. 이는 새누리당 유수택 최고위원조차 인정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18대 대선 당시 유권자(4046만4641명)를 기준으로 서울(20.71%)·경기(23.13%)·인천(5.54%)에는 49.37%의 유권자가 몰려 있다. 하지만 수도권의 국회의원 수는 전체 지역구(264석) 중 45.53%(112석)에 그쳐, '과소 대표'되고 있다. 같은 방법으로 비교하면 충청권(유권자비율 10.14%, 의석비율 10.16%)은 미미한 수준이긴 하나, '과다 대표' 상태에 있다.
물론 호남권(유권자비율 10.20%, 의석비율 12.20%)이 충청권보다 훨씬 과다 대표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영남권도 마찬가지다. 영남권 의석비율은 27.24%로 유권자비율 26.12%을 웃돈다.
결국 새누리당의 아성인 영남권은 배제한 채, 야권의 텃밭인 호남권만 가지고 이해를 따지는 논리전개 방식이란 점에서 정략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자칫 '호남권 의석을 줄여서 충청권 의석을 늘리자'는 얘기로 인식될 수 있는데도,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상대로 협조가 아닌 공개사과를 요구한 점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 방송에서 "다음 대선이나 총선을 앞두고는 충청권 인구가 30만~35만명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의석 형평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인구'를 굳이 따질 것 없이, 당장 대전보다 '유권자수'가 30만명 정도 적은 울산이 대전과 똑같은 의석수(6석)를 가지는 점도 지적하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식의 접근은 없었다.
◈충청권 의석 증가 가능성은= 선거구 획정은 충청권이나 호남권에 국한해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전국적인 조정이 필요한 문제다. 단순히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면적이나 지역 균형발전 등의 요소까지 고려해야 하는데 조정이 쉽지 않다.
좀 더 현실적으로는, 어느 지역의 의석이 늘면 다른 지역의 현역 의원이 지역구를 잃게 된다는 점이 난제로 작용한다. 지난해 19대 총선을 한해 앞두고 이뤄진 선거구 통폐합 당시 여야는 서울 성동을·노원병, 부산 남구을, 대구 달서병, 전남 여수시을 등의 지역구를 없앤다는 초안을 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존치됐다.
당시 선거구 상실 위기에 처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2040년에는 국토면적의 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이상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정한다면 대한민국 국회는 수도권의회가 될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새누리당의 다른 의원은 이번 상황에 대해 "충청권 의원들이 헌법소원을 냈다지만 헌재가 그들 뜻한 대로 결정을 내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정치적으로도 여야 협상이 필요한 사항인데 야당이 쉽게 내주겠느냐"고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새누리당 최고위원들도 회의석상에서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똑부러지는 지지 입장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정치' 노린 행보?=당내 일각에서는 정 최고위원(충북 청주 상당)이 조기에 성과를 내기 힘든 사안을 굳이 들고 나선 데 대해 '충청권 맹주' 자리를 노린 당내정치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