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제작보고회(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영화 '설국열차' '관상'으로 올해만 무려 1800만 명의 관객을 만난 연기파 흥행배우 송강호. 송강호가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영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변호인'을 다음달 19일 선보인다.
주연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김영애 오달수 곽도원 임시완이 19일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CGV압구정에서 열린 변호인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변호인은 1981년 부산을 배경으로 가방끈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다섯 번의 공판과 이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사법고시에 합격한 고졸 출신의 변호사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영화로 회자됐다. 제5공화국 시절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최대 공안 사건으로 기록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점도 그렇다.
부림사건은 1981년 9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최장 63일간 불법감금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부산에서 조세 사건 전문 변호사로 고액의 수임료를 받았으나 부림사건을 계기로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극중 송강호는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주로 돈 되는 의뢰만 받는 속물 변호사 송우석을 연기했다.
송우석은 어느 날 우연히 어렵던 시절 밥값 신세를 진 국밥집 아들 진우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으로 구치소 면회만 하러 갔다 그곳에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변호인은 생애 처음 돈이 아닌 사람을 변호하게 된 송우석의 변화와 특별한 시대를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따스한 웃음 속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로 감동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김영애가 국밥집 주인 순애, 아이돌그룹 제국의 아이들의 멤버이기도 한 임시완이 공안사건에 휘말리는 국밥집 아들을 연기했다. 오달수는 송우석의 든든한 오른팔인 사무장 동호, 그리고 검사, 병원장 등 주로 전문직을 연기해온 곽도원이 사건 담당 경감인 차동영을 소화했다.
송강호는 "과거 제가 이 역할을 한차례 거절했다는 보도가 났는데, 돌아가신 그분을 모티브로 해서 만든 영화라서 과연 제가 그 분의 한 단면을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을지 혹시나 누를 끼치지 않을지 걱정돼서 거절했다"며 "하지만 잊혀 지지 않는 시나리오, 이야기가 저를 사로잡은 것 같다"며 마음을 바꾼 이유를 전했다.
송강호는 "그분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평가받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남을지 모르겠으나, 80년대를 관통하며 살아왔던 그분의 태도나 열정은 아직도 우리에게 의미 있게 남아있는 것 같다"며 의미를 전한 뒤 단지 노무현 대통령 영화로 치부되지 않길 바랐다.
그는 "정치적 논란이나 잣대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런 의도로 만든 것도 아니고, 당시 시대를 호흡했던 여러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느낌을 주려는 대중적인 영화로 출발했다"고 덧붙였다.
양우석 감독은 "역사를 적확하게 이해하는 좋은 방법은 한 사건이나 하나의 사건에 관여했던 인물을 통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젊은 시절에 주목한 이유를 전했다.
변호인 제작보고회(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그는 "고 노무현 대통령은 모티브로 남고, 영화는 영화로 풀려고 노력했다"며 "사실을 왜곡하거나 미화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의 우리나라는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혁명이 동시에 일어났던, 세계 역사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치열한 시기였다. 그런 시대 흐름 속에서 상식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금 치열하게 살고 있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다."
곽도원은 "어느 정도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영화라서, 실존했던 인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연기했다"며 "제가 영화의 어두운 부분을 맡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 있어 사실적으로 보이는데 집중했다"고 했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적도의 남자'로 연기자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임시완은 이 영화로 스크린 데뷔한다. 임시완은 야학 교실에서 이유도 모른 채 경찰에게 끌려가 허위 자백을 하나, 변호를 자처한 송변의 모습을 보며 무죄를 향한 의지를 되찾는 인물이다.
임시완은 "송강호 선배님과 함께 하는데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며 "사람 냄새 나는 스토리가 너무나 좋았다"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촬영 전에 현장분위기를 보기 위해 찾았다가 송강호 오달수 등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기존과 차원이 다른 연기라는 생각에 떨렸다. 솔직히 송선배에게 조언도 많이 들었고, 야단도 많이 맞았다." 이영애는 이에 "송강호가 임시완을 가정교사처럼 가르쳤다"고 귀띔했다.
임시완은 극중 엄마인 김영애에 대해서는 "눈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보기만 해도 진짜 엄마처럼 마음이 짠해졌다"고 했다. 이영애도 "(임시완이) 제 아들과 약간 비슷하다"며 응수했다.
극중 시완을 고문한 곽도원은 "고문신이 1주일에 몰아서 찍었다"며 "당하는 시완도 힘들었겠지만 저 역시도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영애는 송강호가 연기한 마지막 공판장면의 감동도 전했다. 그는 "송강호가 몇 분에 걸쳐 변호하는 신으로, 제작진, 배우들과 함께 구경했는데 너무 감동적이어서 다들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임시완 또한 "송강호 선배의 연기를 넋 놓고 구경했다"며 "명품신이었다"고 감탄했다.
법정신을 연기하며 래퍼란 별명을 얻은 송강호는 선후배의 칭찬에 머쓱해하며 "연기한 이래 처음으로 대사연습을 했다"며 "촬영 4-5일 전에 세트장에 들어가 연습했고, 오달수씨가 기꺼히 연습상대가 대줘서 고마웠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묻자 "특정 대사보다 헌법 조항이 그렇게 아름다운 언어와 이상을 품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과연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나, 헌법이 정한 우리의 이상을 생각해보게 된 점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배우들은 이날 변호인이 연말을 따뜻하게 해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곽도원은 "시대가 주는 쓸쓸함이나 쌀쌀함이, 포스터에 나온 따뜻한 순대 한 그릇처럼 여러분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것"라고 자신했다.
오달수는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는지 생각하게 된 영화"라며 "영화하면서 이렇게 뜻 깊은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너무 좋다. 경상도 사투리로 문대버린다가 지워진다는 뜻인데, 문대버리지 않는 역사가 되길 바란다"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김영애는 "우리네 삶이 팍팍해졌는데 변호인을 보면서 따뜻함과 넉넉함을 같이 느껴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양우석 감독은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만으로도 영화적 재미를 느낄 것이라며, 극장서 본다면 영화적 재미와 감동 모두 받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