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재계약한 강민호(왼쪽위부터 시계방향), 한화와 계약한 정근우, 이용규, KIA 유니폼을 입은 이대형, NC로 이적한 이종욱, 삼성에 잔류한 장원삼. (자료사진=구단)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프로야구 FA 시장이 문을 닫았다. 강민호(롯데)의 75억원 계약을 시작으로 무려 523억5,000만원이 풀린 그야말로 화끈한 영입 전쟁이었다. 덕분에 16명의 FA 중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윤석민을 제외한 15명이 마감시한을 한참 남기고 일찌감치 둥지를 틀었다.
기다렸다는 듯 외부 FA를 영입한 팀도 있고, 내부 FA 잡기에 전력을 기울인 팀도 있다. 물론 내부 FA를 잡지 못하고 뺏긴 팀도 있다.
그렇다면 9개 구단의 FA 시장 성적표는 어떨까.
▲롯데, NC, 한화…"전력 보강 성공"
일단 롯데는 내부 FA였던 강민호(4년, 75억)와 강영식(4년, 17억)을 모두 잡았다. 거액이 들었지만 포수와 좌완 불펜 모두 꼭 필요한 선수였다. 여기에 4번 타자로 최준석(4년, 35억)까지 데려왔다. 올해 556득점(7위)에 그쳤던 롯데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최준석의 가세로 조금이나마 해결됐다.
NC는 FA 시장의 최고 승자다. 외야수 이종욱(4년, 50억)과 내야수 손시헌(4년, 30억)을 함께 영입했다. 이종욱의 가세로 '도루왕' 김종호와 함께 리그에서 손꼽히는 테이블 세터진을 꾸릴 수 있게 됐고, 손시헌은 올해 93개(7위)의 실책을 범한 NC 수비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신생팀 프리미엄으로 보상 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돼 전력 누수도 없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팀이다. 류현진(LA 다저스)가 남기고 간 유산을 아낌 없이 풀었다. 내부 FA 이대수(4년, 20억), 한상훈(4년, 13억), 박정진(2년, 8억)를 모두 잔류시켰고, 외부 FA 최대어인 정근우(4년, 70억원)와 이용규(4년, 67억)을 잡으면서 확실히 전력이 업그레이드됐다.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31)였음에도 FA 투수가 시장에 나오지 않은 탓에 보강을 할 수 없었던 점은 아쉽다.
▲삼성, LG, 넥센…"내부 단속 확실히"
챔피언 삼성은 내부 단속에 철저했다. 아시아시리즈에 참가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을 떠나지 않았다. 덕분에 박한이(4년, 28억), 장원삼(4년, 60억)을 모두 잡았다. 오승환이 해외로 떠날 예정이지만 큰 전력 누수 없이 새 시즌을 맞게 됐다.
LG 역시 베테랑 이병규(3년, 25억5,000만원)와 계약에 성공했다. 이대형(4년, 24억)이 KIA로 떠났지만 예상한 이별이라 크게 아쉬움은 없다. 대신 보상 선수도 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대형의 최근 2년간 타율은 1할7푼8리, 2할3푼7리였다.
FA 시장에서 가장 조용했던 팀이 바로 넥센이다. 내부 FA가 없었던 넥센은 FA로 인한 전력 강화보다 팀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이미 창단 첫 가을야구를 경험하며 가능성을 봤기에 무리한 FA 영입은 필요하지 않았다.
▲두산, SK, KIA…"겨울 바람이 유독 차네"
두산은 3명의 내부 FA를 모두 놓쳤다.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 모두 팀의 주축이었다. 공수의 핵심이 모두 빠진 셈이다. 게다가 이종욱, 손시헌이 NC 유니폼을 입으면서 보상 선수도 데려올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선수층이 탄탄하다는 점이다. 이종욱 자리에는 정수빈, 손시헌 자리에는 김재호가 버티고 있다. 둘 모두 주전급 활약을 펼쳐왔다. 최준석이 빠진 자리에도 성장세인 오재일이 있다.
SK는 FA 최대어 정근우를 놓쳤다. 지난해에도 이호준(NC)을 놓친 데 이어 2년 연속 손해가 크다. 게다가 정근우가 최하위 한화와 계약하면서 보상 선수 문제도 고민이다. 한화 선수층이 얇아 딱히 데려올 선수가 안 보이는 탓이다. 마땅한 대체 자원도 없어 한숨만 늘어간다.
KIA는 이용규를 놓치는 대신 이대형을 잡았다. 하지만 기록으로만 봐도 이용규와 이대형의 차이는 크다. 이용규가 선택한 한화에 눈에 띄는 보상 선수가 보이지 않는 반면 이대형을 데려오면서 LG에 보상 선수도 내줘야 한다. 게다가 윤석민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하면서 투수진에도 공백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