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벤처기업이 대기업에 맞서 10년 가까이 끌어온 특허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와 동반성장이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지 주목된다.
◈ LG텔레콤 직원 "서오텔레콤 특허기술 당시에 알았다" 서오텔레콤(김성수 대표)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에 LG유플러스 전현직 대표 등에 대한 항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서오텔레콤이 LG유플러스를 특허침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지난달 23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서오텔레콤은 LG유플러스측이 자사 특허침해를 미리 인지하고 이를 교묘하게 피해간 정황이 담긴 LG유플러스 직원의 민사재판 진술서를 추가로 제출하며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오텔레콤이 특허침해를 받았다는 기술은 여성과 어린이, 노인이 납치나 질병 등 갑작스런 위기상황에 처했을 때 휴대폰을 통해 비상호출을 하는 기술이다.
서오텔레콤이 항고장에 첨부한 LG유플러스 직원 진술서에는 당시 통신서비스업체인 LG텔레콤과 단말기 제조사인 팬택엔큐리텔이 서오텔레콤의 특허기술 침해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진술서에는 LG텔레콤 직원 유모씨가 "(2004년 2월에) LG텔레콤이 팬택엔큐리텔에 보낸 이메일을 보고 해당 기술이 서오텔레콤 특허라는 것을 알게 됐다", "팬텍엔큐리텔은 저희 회사(LG텔레콤)와 (특허 관련) 대책회의를 하기 전에 특허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단말기 구성을 변경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해당 진술서는 특허분쟁과 관련해 서오텔레콤과 LG텔레콤이 10년 가까이 벌인 민형사상 소송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서오텔레콤은 바로 이 부분이 LG텔레콤이 중소기업의 특허기술을 교묘하게 탈취한 새로운 증거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오텔레콤은 LG텔레콤의 비상호출서비스 '알라딘'이 나오기 바로 직전인 2002년과 2003년 10월에 LG텔레콤을 직접 방문해 기술설명을 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넘겼다.
중소기업이 자료를 넘긴 지 1년도 안돼 비슷한 기술의 서비스가 대기업 명의로 출시됐고, 특허분쟁을 피하기 위한 내부 대책회의와 이메일 보고 등이 첨예하게 이뤄졌다는 게 서오텔레콤측 주장의 요지다.
서오텔레콤은 또 특허분쟁이 시작된 2004년 초 LG텔레콤이 서오텔레콤의 긴급호출시스템 특허권 공동소유와 설정계약 등 나름대로 진화에 나섰다는 자료도 첨부했다.
'LG텔레콤과 계약할 경우 낮은 가격이어야한다', '기존에 판매된 제품에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등 구체적인 계약내용까지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오텔레콤이 낸 형사고소를 모두 취하하라는 LG텔레콤측 권유도 등장한다.
서오텔레콤은 항고장을 접수하며 새롭게 드러난 특허침해 대책회의 관련 직원 이메일(보관함에서 지우지 않으면 10년 가까이 보관 가능)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검찰이 성의있게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측은 특허 침해 관련 판단은 법원에서 모두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특허 침해 사실이 없고 기술자료를 넘겼다는 서오텔레콤 주장에 대해서도 의심이 든다"며 "분쟁이 많았지만 조사에 재조사를 거쳐 모든 게 명확하게 결정됐고 서오텔레콤 주장도 증거자료 불충분으로 법정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당시 특허등록을 봐도 긴급서비스는 누구도 생각하는 것이었다"며 "LG가 내놓은 알라딘은 서오텔레콤과 실질적으로 기술이 달랐다"고 강조했다.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10년간 소송 잔혹사현대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된 두 회사간 분쟁의 씨앗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1년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휴대폰에 비상호출시스템을 장착하는 특허기술을 확보한 서오텔레콤은 2년 뒤인 2003년 당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측의 요청으로 기술설명과 함께 기술자료를 넘겼다.
하지만 2004년 초 LG텔레콤은 서오텔레콤의 비상호출시스템과 비슷한 '알라딘(비상호출처리장치) 서비스'를 시작하며 특허분쟁이 시작됐다.
2004년 서오텔레콤은 LG를 상대로 특허침해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이듬해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LG텔레콤 역시 서오텔레콤을 상대로 특허 무효소송을 냈지만 2007년 8월 대법원은 서오텔레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서오텔레콤은 이후 제기한 손해배상소송과 특허권리범위 확인소송에서 잇따라 패했다.
특히 올해 4월 대법원이 특허 관련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서오텔레콤측은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올 3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LG가 서오텔레콤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의 기술검토의견서를 내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서오텔레콤은 지난 5월10일 기술검토의견서를 토대로 특허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현재 심리가 진행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