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뮤지션 그레이(GRAY)가 이번엔 욕심을 좀 부렸다. 프로듀서로서 다른 가수의 목소리를 살리는 것에 주력했지만 이젠 본인의 목소리를 알리겠다고 나섰다. 또 마침 박재범이 설립한 레이블 AOMG로 들어오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그레이는 비비드(VV:D) 크루의 맏형으로 작사, 작곡, 랩, 보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뮤지션이다.
비비드크루 멤버인 자이언티의 ‘뻔한 멜로디’, 스윙스의 ‘어 리얼 레이디’(A Real Lady)를 작곡-편곡했으며 인피니트H의 ‘니가 없을 때’ 편곡을 맡았다. KBS 2TV ‘불후의 명곡’에서 박재범의 편곡을 맡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어 AOMG에 합류하게 됐다.
“‘불후의 명곡’ 이루 자주 보지는 않았어요. 서너 번 봤나. 그러다 스윙스 노래 나오고 나서 여기저기서 같이 하자고 하는 분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AOMG였어요. 사실 저도 재범이가 레이블 설립한다는 말 듣고 함께 해보고 싶었던 터였고요”
그레이는 2012년 5월 ‘깜빡’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것보다 다른 뮤지션이 자신의 곡을 부르고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프로듀싱에 재미를 느꼈던 그가 “내 것도 내 앨범 프로듀싱이니까”라고 생각한 건 오래되지 않았다. 그레이는 언더에서 정규앨범을 꾸준히 발표할 생각이었다. 목표를 정해놓고 하나씩 그림을 그려갈 즈음 AOMG에 합류하면서 밑그림이 조금 바뀌었다.
그레이는 AOMG 합류 2달여 만인 지난달 25일 맥시 싱글 ‘콜 미 그레이’(Call Me Gray)를 발표했다.
“완성된 곡들을 미루기가 싫었어요. 트렌드는 계속 바뀌니까 빨리 내고 싶었죠. 그리고 몇 달 더 준비해서 다음 걸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던 거 여기서 낸다는 생각이었는데 하다 보니까 생각지 못했던 것들도 지원을 받고 혼자 하는 거랑 많이 다르더라고요.좀 더 긴장도 되고 더 신경도 쓰게 되더라고요”
‘콜 미 그레이’에는 스윙스가 참여한 ‘인 마이 헤드’(In My Head), 도끼(DOK2)와 크러쉬가 참여한 ‘꿈이 뭐야’, ‘서머 나이트’(Summer Night), 박재범이 참여한 타이틀곡 ‘위험해’가 수록됐다. “난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트랙들이다.
워낙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즐기는 터라 다음 앨범 콘셉트가 어떻게 될지 정해진 바는 없지만 대략적인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곡은 ‘꿈이 뭐야’다.
“‘꿈이 뭐야’라는 곡이 좀 위험해요.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찔리는 사람도 있을 거거든요. 반응이 갈 길에 대해 고민할 나이의 사람들이 많이 힘이 됐다거나 자극이 됐다는 말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메시지를 담는 것의 재미를 알았어요”
‘꿈이 뭐야’에서 ‘넌 꿈이 뭐야? 계속 그렇게 고개 숙일 거야?’, ‘사람으로 태어났음 남겨봐 이름’, ‘집이 잘 살아야 니가 잘 사는 거니?’, ‘허세만 부리다 니 앞을 못 봐’, ‘부잣집 아들 한 개도 안 부러워’라고 외치는 그레이의 표현은 거침이 없다.
‘넌 색계에 나오는 애보다 더 섹시해. 앉히고 싶어 내 Lexus에. 뻥이야 그냥 난 있는 척해. 사기 쳐도 낚인다면 Success 수단방법 가리지 않지’(‘인 마이 헤드’), ‘요리사도 아니면서 뭘 그렇게 간을 봐. 나랑 바로 떠나자’(‘위험해’) 처럼 추파를 던질 때도 마찬가지다.
“이번 앨범에 콘셉트는 없어요. 나는 그레이고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사운드에 주력했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어요. 다음에는 좀 더 진정성을 담고 싶어요. 생각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