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이명길 대표 연애강사가 7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듀오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이성 교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성교제 방법 등에 대해 상담하고 강의한다.' 한국직업사전에 나와 있는 '연애코치'가 하는 일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올해 펴낸 직업사전에서 연애코치를 정식 직업으로 인정했다.
국내엔 아직 생소한 분야지만, 10년 간 한 길만을 걸어온 이가 있다. '대한민국 연애코치 1호' 이명길(34)씨가 그 주인공. 업계에서 섭외 1순위 스타 연애강사로 유명한 이씨는 방송인으로, 또 7권의 연애 관련 서적을 펴낸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7일 강남 듀오 본사에서 만난 이씨는 "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35세까지 최고 연애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매년 책을 내고, 100만원 이상 강의료를 받는 강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10년 전 세웠던 모든 계획을 이뤘다.
"많은 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모르면서 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인정받으면서 돈까지 버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 1회 강의료 평균 150만~200만원…10년간 몸값 20배 껑충연애코치는 미혼남녀를 엮어주는 커플매니저와 달리 연애를 하고 싶은 미혼남녀들에게는 연애 팁과 전략을 전수하고, 결혼 적령기 남녀에게는 결혼 전략을 알려주는 등 상담 범위가 넓다.
이씨는 "칼이 좋은 도구지만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서 흉기도 될 수 있듯, 이 일 역시 전문가와 양아치가 되는 것은 손바닥 차이다. 연애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도우면 의사가 될 수 있지만, 어두운 곳에 쓰게 되면 전자 발찌도 찰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난 예측자도 아니고, 내 의견이 정답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보는 것보다는 냉정하게 답한다. 내 동생, 내 형제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한다. 내 대답을 듣고 결정하는 것은 상대방의 자유다."
이씨의 강의는 한달에 10여 건. 대학교나 기업이 대부분이다. 대학교에서는 연애관련 강의가 많지만, 기업에서 주로 강의하는 것은 인간관계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그는 "연애를 잘하면 학교생활 뿐 아니라 사회생활을 잘한다"고 강조했다.
"연애는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축소판이다. 칭찬이나 공감 등 모든 것들이 담겨있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다. 연애를 잘하면 다른 만남이나 조직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강의와 직장(듀오)을 오가고 틈틈이 방송 출연까지, 그리고 대학 강의 후 쏟아지는 학생들의 상담 메일까지 답하고 나면 1분의 여유가 없을 만큼 하루가 빠듯하다. 요즘은 내년 1월 출간될 8번째 연애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있다.
"원하는 만큼 강의료를 줄테니 개인 상담을 해달라"는 제안도 거절할 만큼 몸이 열 개라도 바쁜 그지만, 일부러 찾는 곳이 있다. 군부대다. "강의료가 1/10도 안되지만, 거만해지려고 할 때면 나를 초심으로 다잡아 주는 곳이다. 해군에서 군생활을 보냈을 당시 병장 월급이 2만원 정도였다. 군인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온다."
1회 강의료는 평균 150만~200만원 정도. 말 그대로 고액 강사다. 첫 강의료가 10만원 대였으니, 10여 년 간 그의 몸값도 20배는 뛴 셈이다. "많이 벌었겠다"고 농을 던지자 그는 "15평 빌라에서 산다. 워낙 없이 시작했다"고 웃는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해왔다. 여동생 학비를 대주고 결혼도 시켰다. 지금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 생각한다. 웃을 수 있는 건 희망이 있다는 것 아닌가. 사람은 굶어도 살 수 있지만, 내일이 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불행이다."
사진=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 화장실서 뿌린 이력서·전략기획서 덕에 인턴특채 행운이씨가 연애 상담 전문가가 된 계기는 복학 후 인생의 진로를 고민하게 되면서다. 대학에서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그는 글 쓰는 것이라면 자신 있었지만, 카피라이터로 성공하기엔 자신이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지방대 출신인 내가 서울대 출신과 경쟁해서 10년내에 광고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은 힘들 것 같더라. 그래서 가장 잘 하는게 뭘까, 소위 명문대생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게 뭘까 몇 달간 고민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것, 그리고 여자 만나는 것, 이 세가지 만큼은 자신 있더라."
한때 백댄서 지망생이었을 정도로 힙합에 푹 빠져 지냈고, 고교 시절에는 중창단에도 몸 담았다. 노는 건 다 좋아했지만, 무엇보다 자신 있었던 것은 연애였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연애 관련 사이트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터라 커플매니저란 직업이 눈에 들어왔다. 복학 후 대학 내내 장학금을 탔던 그에게 전공 교수는 "후배에 모범이 되야 할 녀석이 바람 들어서 이상한 짓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씨는 심리학 책과 연애 관련 서적을 파며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인터넷 블로그에 썼던 연애 관련 이야기들을 묶은 '여우들이 궁금해 하는 늑대들의 진실'이란 책도 출간했다. 17군데의 출판사의 문을 두드린 결과다.
"책 출간을 앞두고 대학 3학년 때 이력서와 마케팅 전략 기획서를 30장을 써서 무작정 결혼정보회사 듀오를 찾아갔다. 인사 담당자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안내 데스크에서 나가라고 하더라. 그곳에 서있기도 민망하니까 남자화장실에서 오는 사람마다 내 이력서를 건넸다. 그런데 30장 중 한 장이 운 좋게 당시 이사님 손에 들어간거다. 운좋게 인턴 특채로 들어가게 됐다. 입사 후 보니 공채 인턴들 스펙이 카이스트 출신부터 각종 자격증에 토익 900점 등 쟁쟁하더라(웃음)."
2004년 듀오 인턴 1기 출신으로 시작한 그는 정직원을 거쳐 듀오 대표 연애 강사로 거듭났다. 10여년간 연애 분야에서 한 우물만 판 결과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연애코치'란 직업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처음 명함을 건네면 사람들은 "뭐하는 직업이냐"며 신기해 하고 반감도 있었다. 연애코치가 직업으로 인정 받은 것은 우리 사회도 다양성을 폭 넓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남들이 보면 소소하고 보잘 것 없더라도 10년간 해온 일이 인정받은 것 같아서 뿌듯하다. 나로 인해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듀오 이명길 대표 연애강사가 7일 오후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듀오 본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 말 더듬증 극복하려고 버스·광장 등서 '뻔뻔한 공연'그는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까지엔 남모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씨는 "고교 시절 특정 발음을 더듬거렸던 말 더듬증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증상이 심해지자 걱정이 된 어머니는 '용하다'는 부산의 말더듬증 교정원에 데리고 갔다. 발성법과 스피치 훈련을 받으며 지하철이나 버스, 광장에 나가 사람들 앞에서 길거리 공연을 했다. '뻔뻔해지는' 훈련을 위해서였다.
"'나 말더듬이야 그래서 어찌할 건데'란 심정으로 길거리 공연을 했다. 나중에는 남이 날 보고 웃더라도 그 시선을 즐길 수 있게 되더라. 이런 훈련들이 강의 하거나 발표를 할 때 도움이 된다. 뭔가를 할까 말까 두려워질 때는 뻔뻔해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씨는 "자신의 결점을 창피해 하면 절대 못고친다"고 말했다. 이것은 연애서도 마찬가지란다. "스스로를 인정해야 상대방을 자신감 있게 대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깔창을 깔면 키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나 그건 진짜 자신감이 아니다. 연애를 잘하고 싶다면 키높이 구두에서 내려와야 된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나 역시 한 때 키높이 구두를 신었지만, 키높이 구두에서 벗어나니 당당해지고 겁이 없어지더라. 내 여자친구에게 기꺼이 하이힐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씨는 4살 난 딸을 둔 '딸바보' 아빠다. 내년에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우연히 레스토랑에서 현재의 아내를 본 후 3개월간 쫓아다닌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결혼을 하니 시야가 넓어졌다. 과거 평면적으로만 봐라봤던 남녀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입체적으로 보이더라."
그는 "남편과 아빠로서의 삶이 즐겁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니가 그걸 하겠냐, 그게 되겠냐' 비웃어도 나를 믿어준 유일한 사람이 현재의 아내"라며 "내가 행복하게 잘살면서 남들을 잘살게 해주는 것이 프로 아니겠나"라고 웃었다.
"하루 하루 열심히 점을 찍었더니 어느날 선이 되어 있고, 또 면이 됐다가 어설프지만 그림의 형태가 되어 있더라. 옛날에는 더 빠르게 멀리 뛰는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멈추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 연애 잘하려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추운 겨울, 옆구리가 시린 싱글들을 위해 '연애의 전략'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씨는 "내가 나를 사랑해야 남도 나를 사랑한다는 말처럼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사귀려면 설득을 해야 하는데, 내가 날 믿지 않으면 설득을 할 수 없다는 것.
"만약 당신이 남자(여자)라면 당신과 같은 사람과 연애할 것 같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다보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가 나온다. 답은 내가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난 도와주는 역할만 한다. 사람들은 부족함을 알면서도 어려운 것은 안바꾸려고 한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바꾸는 것이 성공하는 연애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