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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더 파이브' 타인의 아픔에 공명할 줄 아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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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살인마 잡기 위해 뭉친 다섯 약자의 사투…복수극 탈 쓴 휴머니즘 찬가

 

'복수는 차갑게 식혀 먹는 음식'이라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이 격언에 비춰 볼 때 복수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 '더 파이브(The Five)'는 더이상 복수극이 아니다.

'킬빌' 시리즈처럼 죽다 살아난 주인공이 피도 눈물도 없이 차례차례 적들을 처단해 가는 후련함도 없고, '친철한 금자씨'처럼 상처 입은 약자들이 한 데 모여 상처 준 악한을 철저하게 단죄하는 차가움도 없는 까닭이다.
 
오히려 더 파이브는 시종일관 애가 타고 뜨겁다. 소위 사회적 약자라 불리는 주인공들은 복수를 꾸미는 와중에 수많은 변수에 부딪히며 기우뚱거리고, 스스로를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굳이 그 이유를 찾자면 이들 모두 차가운 머리보다는 뜨거운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평범하고 따뜻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리라.
 
어느 날 갑자기 집으로 찾아든 살인마에게 영문도 모른 채 소중한 남편과 딸을 잃고 자신은 하반신 불구가 된 은아(김선아). 그녀는 세상에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다. 오직 놈을 잡아 가혹하게 복수하는 것만이 은아가 사는 이유다.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된 도시에 숨어든 놈을 잡는다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다른 일에 정신 팔린 무능력한 공권력은 은아에게 아무런 보탬이 안 된다.
 
스스로 복수를 결심한 은아는 총을 구하기 위해 무기상과 접선하지만, 갖고 나갔던 돈만 빼앗긴다. 그 자리에서 무기상이 쓰러져 있는 은아에게 내뱉는 말. "겁대가리 없이 어디 여자가, 그것도 병신 혼자서."
 
그렇다. 세상에서 여성,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가 설 자리는 그리 넓지 않다. 많은 남성이 세상의 절반인 여성을 단지 욕망의 대상, 소유물로 여기고, '정상'이라는 지극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에 얽매여 나와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탓이다.

 

이렇듯 영화는 현실 사회의 비뚤어진 맨얼굴을 은아와 그 주변 인물들의 눈을 통해 빠짐없이 보여 주려 애쓴다.
 
결국 은아는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게 될 치밀한 복수를 설계하기에 이르고, 이를 실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조력자들을 불러 모은다.
 
사진작가를 꿈꾸지만 흥신소에서 일하며 불륜현장 사진을 찍는 정하(이청아)는 추적 담당. 시한부 삶을 사는 엄마를 살리려고 복수에 가담했지만 장비도 기술도 없다. 괴롭지만 자신에게 음흉한 눈길을 던지는 흥신소 사장의 욕구를 풀어 주는 대가로 살인마에 대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뿐이다.
 
북한의 명문 김책공대를 나온 만능기술자지만 남한에서는 외면받는 탈북자 열쇠수리공 남철(신정근)은 침투 담당. 불편한 한쪽 눈을 고치려고 복수에 동참해 살인마의 얼굴과 아지트, 행적을 캐낸다.
 
병든 아내를 살리고자 복수에 뛰어든 조폭 출신 대리운전기사 대호(마동석)는 체포 담당. 엄청난 힘을 이용해 놈을 붙잡은 뒤 은아 앞에 데려 가야만 감옥에 들락거린 탓에 돌보지 못한 아내에게 속죄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죽어가는 딸에게 새 생명을 줄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외과의사 철민(정인기)은 복수를 마무리해 줄 단 한 사람이다. 그는 딸을 살릴 수 있다는 일념으로 의사 생명을 걸고 은아의 복수에 가담한다.
 
아픔을 겪어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에도 공명할 줄 아는 법이다. 극중 복수를 위해 뭉친 다섯 명은 각자의 간절한 필요에 의해 반강제로 동참했지만, 서로의 상처를 알고 보듬어 가면서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이,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욱 값진 삶의 가치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가치의 궁극에 선 인물이 은아의 자원봉사자 혜진(박효주)이다. 그녀의 과장된 긍정은 삶을 포기하려 했던 손목의 수많은 흔적들, 그 상처를 감추려는 보호막이다. 극 전반을 관통하는, 서로의 아픔에 100% 공명한 은아와 혜진 사이 자매애는 이 영화에 페미니즘의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일까, 영화 더 파이브는 차가운 복수극보다는 휴머니즘 찬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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