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준석. (대구=황진환 기자)
0%의 기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두산은 1일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3-7로 패했다. 3승1패 후 내리 세 판을 내준 두산은 통산 네 번째 우승에 실패했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두산이 올 시즌 보여준 행보는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산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모두 두산의 열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고, 정규리그 1위 삼성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는 먼저 2패를 당한 뒤 연속 3경기를 따냈고,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G를 플레이오프에서 제압했다. 삼성과 한국시리즈에서도 먼저 3승을 거두며 우승 문턱까지 갔다.
그렇다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준우승을 일군 비결은 무엇일까.
▲무한 경쟁 통한 화수분 야구김진욱 감독은 2011시즌이 끝난 뒤 두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무한 경쟁을 예고했다. 주전을 정해놓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베테랑도, 신인도 예외는 없었다. 2군 역시 마찬가지. 오로지 승리를 위한 무한 경쟁이었다.
덕분에 두산이 자랑하는 화수분 야구는 더욱 활짝 꽃을 피웠다. 내야, 외야 가릴 것 없이 주전급 백업이 나타났고, 투수진에서도 새 얼굴들이 마운드를 지켰다. 허경민, 김재호, 유희관, 윤명준 등은 두산 화수분 야구의 결실이다. 김진욱 감독이 포스트시즌 명단에서 김동주, 고영민, 이용찬 등을 과감하게 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트시즌에서도 경쟁은 계속 됐다.
타율 3할1푼9리로 두산 내 타격 1위였던 민병헌은 포스트시즌 부진과 함께 한국시리즈에서는 선발로 뛰지 못했다. 반면 정규리그에서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최준석은 포스트시즌 맹활약과 함께 한국시리즈 내내 4번 타자로 펄펄 날았다. 포수 역시 양의지가 아닌 최재훈이 포스트시즌 주전으로 뛰었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최재훈은 두산의 미래로 거듭났다.
김진욱 감독은 "두산의 야구는 경쟁으로 다져진 야구"라면서 "주전이 아니라고 실망하거나 주저앉지 않는다. 벤치에서 파이팅하며 나갈 기회를 기다라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선수들이 고맙다. 그래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승리보다 시즌 전체를 봐경쟁과 함께 선수들을 철저히 관리했다. 당장의 승리를 위해 선수들을 기용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친 윤명준, 데릭 핸킨슨이 좋은 예다.
지난 5월21일 넥센전. 투수 윤명준이 빈볼 시비 끝에 퇴장당했다. 결국 윤명준은 벌금 200만원과 1군 8경기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두산은 투수 부족으로 순위가 쭉쭉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징계가 끝나자 윤명준을 2군으로 내렸다. 경기를 뛰지 못한 탓에 투구 감각을 찾으라는 방침이었다. 2군에서 돌아온 윤명준은 완전히 다른 투수였다. 전반기 평균자책점이 10점대 이상이었던 윤명준은 후반기 23경기 4승 4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1.06의 눈부신 투구를 선보였다. 또 포스트시즌에서도 위기 상황에 등판하는 두산의 '믿을맨'으로 활약했다.
데릭 핸킨스의 불펜 전환도 '신의 한 수'였다. 핸킨스는 지난 7월 개릿 올슨의 대체 용병으로 팀에 합류했다. 선발 역할을 맡겼지만 12경기에서 3승3패 평균자책점 6.23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선발로 쓰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 핸킨스를 중간 계투로 돌렸다. 이재우에 이은 +1 선발로 활용했고, 필요할 때마다 핸킨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7차전에서 무너졌지만, 핸킨스는 정규리그 4위 두산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시즌을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