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국정원 검찰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등이 뜨거운 주제였다.
예년처럼 한 해의 국정을 점검하는 자리인 만큼 야당은 공격, 여당은 방어에 주력했기 때문에 공세에 나선 야당의원들의 국감 활동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사이버사령부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상의 일각"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당초 국가정보원에 국한된 것으로 보였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추가했다.
진 의원은 사이버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블로그나 트위터 등을 통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를 옹호하고 야당 후보를 비하하는 글을 글을 유포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진 의원은 국감 기간 내내 이 문제에 천착해 사이버사 요원들이 사이버 정치활동을 한 공로로 장관 표창을 받았다거나 국정원과 공조했다는 주장을 내놨다.
진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간사인 안규백 의원과 함께 사이버사에 대한 제보를 받아 약 5개월 동안 추적한 끝에 대선개입 의혹의 일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진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으로 따로 확보한 내용이 굉장히 많다”고 밝혀 군의 수사가 미진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보교육 명목으로 노골적인 대선개입
진 의원의 바통은 같은당 강기정 의원이 이어 받았다.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 정보기관의 대선개입에 이어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의혹을 더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 의원은 국가보훈처가 안보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대선을 앞두고 노골적으로 정치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강 의원이 공개한 보훈처의 안보교육 자료는 진보·민주화세력을 좌파·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강 의원은 특히 지난달 31일 국감에서 박승춘 보훈처장으로부터 “보훈처는 이념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가족, 제대군인에 대한 보훈정책을 업무로 하는 보훈처가 안보교육을 빌미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훈처장의 발언을 통해 사실로 확인한 셈이다.
▲"본질은 국정원 대선개입인데 절차 문제로 윤석열 배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이 확인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공세의 물꼬를 텃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1일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여주지청장으로부터 국정원의 트위터 여론공작 혐의를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국정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 문제를 발견하고 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느냐’는 질의에 윤 지청장이 “했다”고 답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본질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인데 본질을 버리고 내부 절차 문제 등을 이유로 윤 지청장을 배제했다”며 국정원 수사에 대한 외압 의혹을 기정사실화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는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감사원장 내정 통보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받았다는 답을 받아내기도 했다.
▲유영익 거짓말 "아들이 적응하지 못해 미국으로 보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는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의 아들이 병역 의무를 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실이 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통해 나타났다.
안 의원은 또 유 위원장의 아들이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한국에서 MBA를 마쳤으며 국내 방송사와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는 경력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태어난 아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적응을 하지 못해 미국으로 보낼 수 밖에 없었다’는 유 위원장의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안 의원은 아울러 유 위원장의 아들이 자격이 안되는데도 한국콘텐츠진흥원 LA사무소에 채용됐다며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유 위원장은 지나친 우편향적 역사인식 뿐 아니라 사회지도층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사편찬위원장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삼성의 무노조 전략 문건 최초 공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감기간 중 삼성의 노조 무력화 전략을 담은 ‘2012년 S그룹 노사 전략’ 문건을 공개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문건에는 문제 직원에 대한 비위사실 채증 등 사전에 사찰을 하고, 노조가 와해가 어려울 경우 어용노조를 설립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심 의원은 삼성의 무노조 전략이 총체적으로 담긴 삼성그룹의 문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라며 무산되기는 했으나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는 등 강단있는 모습을 보였다.
심 의원은 “초 일류기업인 삼성이 변해야 대한민국이 미래로 나갈 수 있다”며 “헌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은 더 이상 시대가 수용하기 어렵다”고 삼성과 싸우는 배경을 설명했다.
심 의원은 이밖에 가습기 살균제의 폐 손상물질 함유량을 공개하고, 해직자도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진보진영 재선의원의 진면목을 보였다.
▲여당 의원이 박 대통령 야심작에 54점 평가
뜨거운 현안을 놓고 공수가 오가면서 상대적으로 공격에 나선 야당이 돋보이기는 했지만 여당에서도 성실한 국감으로 호평을 받은 의원들이 있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기자 출신답게 피감기관이 공급하는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발로 뛰어 만들어낸 자료로 내실있는 국감활동을 보여줬다.
이 의원은 지난달 1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야심작인 미래부의 8개월에 대해 54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매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