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제18기 당중앙위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 개최일이 확정되면서 회의에서 논의될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사법권 독립이나 정치 제도 개혁, 언론 자유 확대, 국유기업 개혁과 같은 큰 틀의 정치 경제개혁 방안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이번 18기 3중전회에서는 전환기적 개혁방안이 제시되기 보다는 1978년 개혁개방이후 정신없이 달려온 35년을 정리하고 과속성장이 빚은 부작용을 치유하는 맞춤형 개혁방안이 논의,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리커창 총리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이른바 '리코노믹스' 경제 개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중국은 과잉설비 및 투자로 인한 투자효율 저하와 수출 둔화, 급증하는 지방정부와 국유기업 부채 등 경제 위협 요인이 커지면서 그동안 투자와 수출을 통해 견인해 온 경제성장이 주춤할 위기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나선 리커창 총리는 경제 성장을 소비가 주도하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산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제개혁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도시화를 통한 소득·소비 증대와 과잉설비 기업 통폐합, M&A(인수합병) 활성화를 위한 금융개혁 등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체질강화 경제 개혁 방안에서 볼 수 있듯이 다음 달 열리는 3중전회는 경제 문제를 포괄하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 고도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 내부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의 전언이다.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발전연구센터는 지난 27일 ‘383보고서’에서 토지소유권 개혁, 금융 자유화 확대, 국유기업 개혁 등 총 8개 부문에 대한 개혁 건의안을 발표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주요 개혁 내용은 ▲농민들에게 토지 소유권을 일정부분 보장하는 토지제도 개혁 ▲금리와 환율의 시장화 등 금융 자유화 확대 ▲국유기업의 독점을 줄이고 민영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시장중심적 국유기업 개혁 ▲각종 사회 불평등과 모순의 온상이 된 호적제도 개혁 등이다.
이 밖에도 ▲인구 구조 문제를 일으키는 한자녀정책 수정 ▲극심한 환경 오염에 대한 방지 정책 ▲사회보장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되고, 부패 방지에 대한 정책도 이번 회의의 논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는 30일 3중전회에서 논의될 주요 의제가 후커우(戶口·호적) 제도, 수입분배 제도, 법치, 서민 주거 제도, 정부직능 등에 대한 개혁으로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이 전망하고 건의하는 개혁 내용은 하나같이 누적된 사회, 경제 문제와 갈등을 해소하는 직접적인 처방들이다.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시발점이 된 덩샤오핑(鄧小平) 시대 11기 3중전회(1978년),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개념이 제시된 장쩌민(江澤民) 주도의 제14기 3중전회(1993년), 헌법상 사유재산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후진타오(胡錦濤) 시기 16기 3중전회(2003년)와 같은 전환기적 개혁방안이 시행될 수 있는 단계를 중국은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9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전면적 개혁심화와 관련한 약간의 중대한 문제에 대한 중국공산당 결정'을 논의하고 수정을 거쳐 3중전회에 제청하기로 결정했다.
급진적인 개혁안보다는 전면적인 개혁심화를 통해 체제 안정속에 사회구조 고도화를 기하고 경제 성장 동력을 찾아보겠다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의중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