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 해도 여전히 ‘수능선물’ 하면 대부분 엿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지금도 수능처럼 큰 시험이 다가오면 엿을 주고 받지만 예전에는 대학교 교문이 엿으로 덕지덕지 도배가 될 정도였다.
이처럼 엿을 합격의 부적으로 여긴 것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풍습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시험을 앞둔 수험생, 혹여 탈이라도 날까 음식 하나도 가려먹는 학생들에게 엿을 선물하는 것이 단순히 끈끈하게 달라붙는 성질 때문일까?
애석하게도 우리의 전통엿이 뇌에 필요한 영양을 가장 빠르게 공급하는 브레인푸드이자 시험으로 인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효능을 지닌 식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다.
‘과거공부하는 집에서는 엿 고는 단내가 난다’는 속담이 있다.
엿이 합격의 부적으로만 쓰였다고 알기 쉽지만 몸에 좋지 않다면 예민한 수험생에게 이를 권할리 있을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엿에 담긴 의미와 수험생에 이로운 구체적인 효능, 엿에 얽힌 오해와 숨은 진실에 대해 알아보자.
◈ 엿, 왕의 브레인푸드한 나라를 책임지고 다스려야 하는 왕을 위해 왕실에서는 몸에도 좋고 뇌에도 좋은 음식을 엄선해 상에 올렸다.
특히 조선의 왕들은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이부자리 안에서 조청(물엿) 두 숟가락을 먹고난 뒤 학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엿의 당분으로 잠든 뇌를 활성화시키는 과학적인 방법이다.
인간의 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다. 뇌의 무게는 전체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량은 20%에 육박할 정도. 이는 근육 전체가 사용하는 것과 맞먹는 양으로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근원은 포도당이다.
엿의 단 맛을 내는 맥아당은 포도당 두 개가 결합된 것으로 포도당과 과당이 결합된 설탕보다 포도당을 두 배나 공급한다.
따라서 체내 흡수 속도가 빨라 먹는 즉시 두뇌 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영조실록>을 보면 과거 시험을 치르는 유생들이 저마다 엿을 하나씩 입에 물고 시험장에 들어갔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 역시 시험 시간 동안 당분을 섭취해 집중력과 뇌 활성화를 높이려는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다.
◈ 긴장으로 인한 복통엔 엿이 특효약수험생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긴장으로 인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장기는 위장으로 지나친 긴장이 위장을 압박하면 밥맛을 잃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속이 답답하고 꽉 막히는 증상이 나타난다. 흔히 말하는 ‘고3병’ 증세.
수능 당일 가장 당황스러운 순간은 갑자기 배가 아픈 것으로 한의학에서는 이를 ‘이급(裏急)’이라 하는데 ‘속이 급하게 고통을 호소한다’는 뜻이다.
엿의 가장 구체적인 효능은 바로 이런 배앓이 증상을 가라앉히는 것이다.
중국의 약물총서인 <중약대사전>을 보면 ‘엿이 비위의 기를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촉촉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엿에 포함된 맥아당과 덱스트린 등의 성분은 정신적인 피로와 복통에 회복에 좋아 한의학에서는 엿을 ‘소건중탕’이라는 처방에도 썼다.
이는 만성피로와 복통에 주로 처방하는 것으로 엿이 소화장애와 배탈 증상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입증된 사실이다.
◈ 기력을 보충하고 기침을 멈추는 엿시험 시간, 그 중에서도 듣기 평가가 진행되는 중요한 순간에 기침을 멈추지 못해 콜록거리기라도 한다면 교실 내 수험생들의 ‘공공의 적’이 되고 말 것이다.
엿은 보리의 싹을 틔운 다음 이를 말린 엿기름(맥아)을 거른 물을 밥에 부어 당화시켜 장시간 고아 굳혀 만든다.
엿기름에는 빈혈과 당뇨 등 성인병에 좋은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며, 비타민B, 철분, 엽산 등 30여 가지의 효소와 시금치나 우유보다 몇 배나 많은 칼륨과 칼슘이 들어 있다.
엿의 단맛을 내는 맥아당에는 이 같은 곡류의 다양한 영양 성분이 녹아 있으며, 특히 기력이 없고 허약해 나오는 기침과 가래에 효과를 발휘한다.
선조들은 폐 기능이 약해져 기침을 많이 할 때면 배를 갈라 엿을 넣고 고아 먹는 민간요법을 쓰기도 했다.
병을 앓는 환자에게 단 음식을 권하는 것도 당분에 기력을 회복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 철썩 붙는 엿은 합격의 상징왜 수많은 음식 중에 엿이 합격의 상징이 됐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예로부터 ‘복’과 ‘기쁨’을 뜻하는 음식이 엿이었기에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를 주고 받았을 거라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철썩’ 달라붙는 엿의 끈끈한 성질을 합격 여부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신빙성이 있다.
옛 생원들은 부인들이 밤을 새워가며 만든 엿을 수십일 동안 허리춤에 차고 한양까지 과거 시험을 보러 갔다.
주막집에 모인 유생들이 각자 부인이 고아준 엿을 꺼내 그 빛깔을 견줘 아내를 평가하는 습속도 있었다고 한다.
엿을 켜는 횟수가 많을수록 엿의 빛깔이 희어지므로 그 정성을 비교했던 것이다.
◈ 수험생 선물, 엿과 찹쌀떡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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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엿뿐만 아니라 찹쌀떡을 자주 선물하곤 하지만 찹쌀떡을 전하는 풍습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일본에서 시작된 것을 알고 있는 이는 많지 않다.
찹쌀떡은 우리 고유의 전통 떡이 아니라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일본말로는 '다이후쿠모찌'라 한다.
이를 한자로 바꾸면 '대복병(大福餠)'이라 하여 큰 복을 받으라는 의미를 지녔다. 끈끈하고 차진 성질로 합격을 기원하는 것이 엿과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그 기원은 엄연히 다르다.
선조들의 지혜와 소망이 담긴 우리 고유의 수험생 선물, 찹쌀떡이 아닌 엿이다.
◈ “엿 먹어라”가 욕이 된 이유전통적으로 엿은 단맛이 주는 기쁨이 웃음이 복을 부르고 만복이 쩍쩍 달라붙어 살림이 늘어난다는 긍정의 의미가 담긴 식품이지만 지금은 부정적인 의미가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엿 먹어라”가 욕이 된 유래는 무엇일까?
먼저 ‘엿’이라는 단어는 조선시대 팔도를 떠돌아 다니던 광대 집단인 남사당패가 쓰던 은어였다는 설이 있다.
여성의 성기나 남성의 성기를 가리켜 이를 엿이라는 속어로 불렀으며 ‘엿먹으라’는 말은 곧 타인과 성관계를 맺거나 이 관계로 인해 봉변을 당하라는 욕이었다는 것이다.
가장 잘 알려진 설은 우연찮게도 시험과 관계된 것이다.
1964년 12월 7일 1965년도 서울지역 전기 중학입학 시험이 치러졌고 이때 자연 시험의 공동출제 선다형 문제 가운데 ‘엿기름 대신 넣어서 엿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있었다.
당시 정답으로 채점된 것은 ‘다이스타아제’였으나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무즙’도 정답이라고 주장했다.
이 항의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학부모들은 직접 무즙으로 만든 엿을 솥째 만들어 문교부나 교육청 등의 기관 앞으로 들고 갔고 “엿 먹어라! 이게 무즙으로 쑨 엿이야! 엿 먹어라!”고 외쳤다고 한다.
결국 이를 이기지 못한 서울시 교육감 등은 사표를 냈고, 무즙을 답으로 써서 떨어진 학생들은 경기중학 등에 입학시키면서 간신히 수습됐다.
바로 이 엿 사건이 사람들에게 회자되다가 결국 욕설이 되어 남았다는 것이다.
시험과 엿,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만은 분명하다.
◈ 엿의 화려한 변신최근 수능선물로 각광받던 엿과 떡이 점차 초콜릿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가운데 수능을 앞두고 전통 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던 엿 브랜드 ‘엿츠(Yutts)’의 수험생선물세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댓스토리와 (재)산청한방약초연구소가 공동 개발해 지난 3월 론칭한엿츠는‘긍정에너지 푸드’를 표방하며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몸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만들어진 신개념 엿이다.
순수 국내산 쌀과 엿기름으로 만든 쌀엿에 당귀, 숙지황, 뽕잎, 홍화, 도라지등 국내산 약초를 넣어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수능을 엿 먹일 때 △시험을 엿 먹일 때 △찬바람이 엿 먹일 때 △체력이 엿 먹일 때 △졸음이 엿 먹일 때 △야근이 엿 먹일 때 △여자라서 엿 먹을 때 △세월이 엿 먹일 때 △행군이 엿 먹일 때 등 총 9종으로 구성돼 있다.
오는 11월 6일까지 엿츠 홈페이지(www.yutts.com)를 비롯한 각종 온라인몰과신세계 백화점, 롯데백화점, 교보핫트랙스 등 전국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가격은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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