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사랑을 받아온 라디오가 애플과 구글 등 IT대기업의 거센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동영상이 등장하면서 라디오 스타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이용자라는 관점에서 보면 라디오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미디어로 남아있다.
라디오 산업은 지난해 440억 달러(약 46조6천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2%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광고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가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라디오가 인터넷보다 훨씬 넓게 보급돼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당분간 그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라디오 방송국들도 붐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지만, 수익성은 괜찮은 편이다.
840개 라디오방송국과 디지털서비스 i하트라디오를 소유한 클리어채널 미디어 앤드 엔터테인먼트는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4억6천만 달러와 4억 달러였다.
2천5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미국의 위성라디오 시리우스XM도 올해 들어 9월말까지 28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지난해 동기보다 11% 상승했다.
쌍방향 온라인 라디오의 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미국 청취율의 7%를 점유하는 판도라는 7월 말로 끝난 6개월간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6% 증가한 2억3천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순익은 3천600만 달러의 순손실이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들이 확산되고 자동차들이 온라인 라디오를 탑재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통적인 라디오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최근 몇년간 세계 최대 IT대기업인 구글과 애플 등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에서 불과 2개월 전에 출시된 애플의 아이튠스 라디오의 가입자 수가 벌써 2천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라디오는 DJ가 아닌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음원을 선곡해 준다.
실제로 애플은 28일 발표한 연간 실적 보고서에서 음원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의 인기, 풍부한 자금력 등에 힘입어 기존 방송국과의 경쟁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분석가 겸 라디오 전문가인 마크 물리건은 "라디오의 미래는 밝지만 이것이 반드시 라디오 방송국의 미래가 밝은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튠스라디오는 특히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음원만 전달하는 것이어서 라디오가 아니라는 비판을 고려해 조만간 날씨와 뉴스 뿐아니라 음원 재생 전에 곡명과 가수이름 등을 DJ 등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기능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존 라디오방송국이 청취자의 성향 등을 추측하는데 그쳤으나 이들 대기업은 이용자의 성향 등을 분석해 서비스에 반영하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 10만곳 이상의 라디오 방송국과 청취자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온라인 라디오 튠인의 최고경영자(CEO) 존 돈햄은 "디지털 플랫폼이 점차 지상파 라디오를 대체해 가겠지만 근본적으로 아이튠스 라디오나 판도라 등은 인간 간 연결을 놓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벤처기업도 구글 벤처스가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