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보낸 아들 그리워 글 깨우친 '절절한 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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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10-2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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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군 김종희 할머니 "든든했던 장남에게 편지 보내고 싶어"

 

"먼 훗날 아들을 만나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렵니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에 사는 김종희(66) 할머니는 경찰관이었던 든든한 장남을 가슴에 묻은 채 4년째 살고 있다.

김 할머니의 두 아들 중 첫째인 표상선 경사는 지난 2009년 6월 12일 오후 6시 18분께 청양 장평면 미당삼거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야간근무 출근길이었다.

"맛있는 거 사 드시라며 3만원을 주고 집을 나섰다"고 장남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린 김 할머니는 24일 "어디를 가도 아직 (장남) 생각이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김 할머니는 생전 장남의 모습을 '아들이자 딸이자 친구이자 신랑 같았다'고 표현했다. 김장을 하거나 동네 마실 갈 때, 집에서 밥을 먹거나 TV를 볼 때 항상 손을 한 번씩 붙잡아 줬다고 했다.

"언제나 친절하고 다정다감하던 아들이 다시 올 수 없는 그 먼 길을 어떻게 떠났는지 아직 믿어지지 않아요."

김 할머니는 장남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일이 있었다. 편지를 써주는 것이다.

그러나 시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일에 치여 살던 김 할머니는 까막눈에 가까웠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탓에 기본적인 글자 외에는 제대로 읽고 쓸 줄 몰랐다.

"이전에는 살면서 이름 석 자 외에 글씨를 쓸 일이 거의 없었다"는 김 할머니는 "예전에 장남이 가끔 가르쳐 줄 때 열심히 배우지 않은 게 더 한이 됐다"고 했다.

그러다 지난 2월 김 할머니에게 배움의 기회가 생겼다. 청양군 '찾아가는 초롱불 문해(한글)교실'이 마을에 문을 열면서부터다.

매주 두 차례 2시간씩 이어지는 수업에 김 할머니는 열심히 참석했다. 8개월여 만에 초등학교 4∼5학년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김 할머니를 가르친 표선명(54·여)씨는 "모든 학생님들(문해교실서 부르는 호칭)이 다 열심히 하셨지만 특히 (김 할머니) 열의가 대단했다"며 "행여 수업에 늦는 날에도 숙제는 꼬박꼬박 잘해 오셨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18일 칠갑산휴양림에서 열린 '2013 청양군 문해백일장 대회'에도 참가했다.

여기서 김 할머니는 태어나서 처음 글로써 아들을 추억했다.

'갈 수 없는 나라에 사는 내 아들'이라는 제목의 석 장짜리 글에는 장남을 잃은 김 할머니의 슬픔이 오롯이 담겨 있다.

"글을 쓰면서도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는 김 할머니의 심정은 심사위원에게도 그대로 전달됐다.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여인선 청양군청 성인문해교실 담당관은 "심사하기 위해 글을 읽은 대학교수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며 "연필로 꾹꾹 눌러쓴 글에 다들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할머니는 "장남에게 편지를 더 많이 보내고 싶어요. 전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말이 아직 가슴 속에 많아요"

날이 더 추워지기 전 김 할머니는 대상을 받은 글과 상장을 들고 장남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을 예정이다. 직접 지은 글 전체를 장남에게 처음으로 읽어주고 싶어서다.

할머니는 '우리 아들이 사는 곳도 모르고 주소도 모른답니다…갈 수 없는 머나먼 곳 그리워서 목이 매여(메) 우는 심정을 느끼고 함께 하며 늘 제 곁에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라는 대상을 받은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아들에게 들려줄 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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