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로
5일 개봉하는 ''싸움의 기술''(신한솔 감독, 코리아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음산한 폐공장에서의 격투씬이 자주 등장한다.
한 공업고등학교 왕따이자 싸움을 전혀 못하고 맞기만 하는 재희가 동료들로부터 일방적인 구타를 당한다. 바닷가가 바로 앞에 펼쳐지고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 골격만 남은 폐공장은 을씨년스럽고 황량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하는데다 ''싸나이''들의 격투씬을 찍기에 제격이다.
군산 외곽 한 대형 할인마트점 뒤편에 있는 이 폐공장은 언제 헐릴지 모를 운명을 갖고 있지만 영화인들에게 만큼은 누구보다 사랑받는 장소다. 이미 김수로 주연의 ''흡혈형사 나도열''(이시명 감독,SM 필름)역시 지난 11월 이곳에서 1대 10 대격투를 벌이고 여주인공 조여정이 10m 높이 천장에 인질로 매달리던 바로 그곳이다.
같은 시기 탈주범 지강헌 사건을 다룬 ''홀리데이''(양윤호 감독, 현진 씨네마)도 군산시내 한 주택가에서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인질극 장면을 촬영했다. 마치 70~80년대 서울의 단층 주택가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집의 풍경이 사건이 있은 1988년 서대문 일대주택가를 빼다 박았다.
이렇듯 군산은 영화 감독과 로케이터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명소로 손꼽힌다.
''8월의 크리스마스''부터 ''싸움의 기술''까지
군산을 배경으로 담고자 한 최신영화는 역시 개봉을 앞둔 ''싸움의 기술'', 90%이상을 군산 일대서 찍었다. 바다와 시내가 맞닿아 있는 군산의 매력과 지역 주민들이 들으면 다소 섭섭할 지도 모를 정도로 옛 80년대 분위기가 물씬 나는 거리 풍경, 주택가가 이런 분위기를 원하는 제작진들에게는 안성마춤이다.
싸움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도 군산이 주무대였다. 질그릇 처럼 투박한 거리와 옛 정취 넘치는 사진관, 바닷가 천렵 풍경이 관객들의 마음을 새삼 푸근하게 만들어줬다. 이후 정준호 주연의 ''역전의 명수''나 류승범 주연의 ''품행제로'', ''말아톤'' 등 수많은 영화들이 군산을 홈타운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홀리데이'', ''흡혈형사 나도열'' ''형사 공필두''등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홀리데이''를 제작하고 있는 현진시네마의 이순열 대표는 "마지막 인질극을 벌인 집은 사건 당시 쇠창살이 있던 뉴스 속 문제의 주택과 거의 그대로 닮아 있었다"면서 "혼자 사는 할머니에게 리모델링을 해드리겠다고 간곡하게 부탁드려 이곳을 통째로 빌려 찍었다"고 만족해 했다.
역시 ''싸움의 기술''의 오남석 프러듀서는 "''흡혈형사 나도열'' 등 다른영화가 촬영한 폐공장은 액션씬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라며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만큼 매력적인 장소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에는 없다, 군산에는 있다전국에 지역 영상위원회가 있는 곳은 모두 10여 곳. 그중에서도 군산을 포함하는 전주영상위원회는 영화 제작진으로부터 서울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한 촬영협조를 요청받는 곳이다. 지난 한 해 전주 영상위원회가 영화와 관련해 로케이션 장소로 제공한 곳만 모두 35편에 해당한다. 영화 뮤직비디오 드라마 등 전체 요청 건수는 106편이다. 군산일대만으로는 16편이다. 한해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제작되는 편수가 80편 내외라는 점에서 매우 높은 수치다.
8월
여기에 영상위원회를 통한 협조요청이 잘 이뤄진다는 매력도 있다. 영상위원회 한 관계자는 "위원회내에서 지역 관공서 등 촬영협조에 필요한 곳의 회식까지 따라다니며 관계를 잘 맺어둔 덕분"이라며 쑥쓰러운 듯 웃는다.
일제시대의 잔재로 남은 적산가옥이나 병원 촬영씬에서 전폭적인 도움을 주는 군산의료원, 대학, 폐 공장 단지 모두 감독들에게 만족스런 배경으로 평가받아왔다. 촬영을 위한 교통통제가 가능한 곳도 이곳이다.
빼놓을 수없는 매력 중 하나는 50~60명이 넘는 촬영 스태프 대부대가 식사를 해결하는데도 이곳 만큼 대부분을 만족시키는 곳이 없다는 것. 워낙 전라도 음식맛이 기본 이상이기 때문이다.
모 영화사 로케이터는 "시대와 공간에 있어 다양한 밑그림을 그리는 영화작업에 있어 군산처럼 매력적인 도시들이 전국에 다양하게 포진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그래도 열심히 로케이터들이 찾아다닌 덕에 이처럼 매력적인 지역을 많이 발굴해 나가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