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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김승현, 치명적인 '예측불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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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경기에서 삼성 김승현(사진 오른쪽)이 동부 박지현을 제치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김승현(35·서울 삼성)은 역시 김승현다웠다.

"다음에는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까?", 그런 기대감을 들게 하는 선수는 많지 않다. 전성기 시절의 김승현은 가능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승현은 어떨까.

22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원주 동부의 정규리그 첫 맞대결.

경기 초반부터 삼성 벤치가 흥겨움에 들썩거렸다. 팀 내에서 맏형급인 김승현이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두 차례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키자 벤치에 있던 동료들은 그 동작을 흉내내며 환하게 웃었다.

김승현은 동료들 뿐만 아니라 삼성 홈 팬들에게도 기쁨을 선사했다.

초반부터 특유의 패스 센스를 마음껏 뽐냈다. 이동준에게 절묘한 앨리웁 패스를 띄운 장면, 등 뒤로 날린 감각적인 바운드 패스로 임동섭-이동준에게 이어지는 멋진 3각 플레이도 만들어냈다.

4쿼터 중반에는 발군의 수비를 뽐냈다. 삼성은 종료 4분여 전 동부 이승준에게 속공 기회를 내줬다. 이승준은 스텝을 밟고 저돌적으로 림을 향해 파고들었다.

이때 '매직 핸드'가 발동했다. 김승현은 번개같은 손 동작으로 레이업을 시도하려는 이승준의 두 손에서 공만 밖으로 빼냈다. 놀라운 수비였다.

김동광 삼성 감독은 "김승현의 약점은 수비"라면서도 "수비를 요렁껏 하려고 한다. 그래도 맥을 잡아내는 능력은 탁월하다"고 말했다.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 있었던 농구 관계자들은 김승현의 활약을 보고 "전성기 시절을 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에 뭘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매력적인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김승현의 기록은 7점 5어시스트, 전성기 시절의 기록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지만 존재감만큼은 예전 못지 않았다.

김승현다웠던 플레이는 또 있었다. 그런데 이번 것은 치명적이었다.

마지막 실책이 아쉬웠다. 김승현은 팀이 83-82로 앞선 종료 10.8초 전 골밑을 파고들다 드리블 실수를 범해 실책을 기록했다. 공격권은 동부에게 넘어갔고 동부는 2.2초 전에 터진 김주성의 골밑슛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야말로 김승현이 코트를 들었다 놨다 한 셈이다.

김승현은 요즘 뛰고있는 선수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2001년 데뷔할 때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과감한 플레이를 펼치는 데 있어 두려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종종 많은 실책을 범하기도 한다.

김승현의 마지막 10초는 아쉬웠다. 그러나 김승현이 자신감을 갖고 코트를 누볐던 26분동안 팬들은 즐거움을 느꼈다.

김승현은 화려하지만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로 하여금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능력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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