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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떠난 부부 갈라놓은 충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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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넘게 봉사한 교인 숨졌으나 교회 묘지 안장 거부해

 

50년 동안 한 교회만을 섬기며 헌신한 부부가 있다. 부부는 세상을 떠난 뒤 같은 곳에 나란히 합장되기를 소원했지만, 교회측의 반대로 서로 다른 곳에 묻혀야했다. 서울 충현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서울 충현교회는 1953년 서울 아현동에서 출발해 1980년대 강남구로 이전해 대형 교회로 성장했다. 충현교회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교회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로 손꼽힌다.

충현교회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故 김창인 원로목사의 리더십과 더불어 교회 창립 때부터 헌신적으로 교회를 섬긴 수많은 교인들의 역할이 컸다.

7년 전 소천해 교회 묘지인 충현동산에 안장된 故 신현상 장로 또한 아내와 함께 평생 충현교회를 위해 봉사했다.

신 장로가 묻힌 충현동산은 신 장로가 오랜기간 생업을 포기하다시피하고 먼 거리를 오가며 직접 일군 곳이기도 하다.

신 장로의 장남 신병천 씨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생전에 교회를 위해 거의 모든 인생을 바친 분들이다"면서 "아버지는 장로 재임시절 생업을 뒤로하고 자택인 서울 돈암동에서 충현동산이 있는 경기도 광주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거의 매일 출근해 교회 묘지를 일궜다"고 회고했다. 신 씨는 "충현동산은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고 말했다.

신현상 장로가 세상을 떠난 7년 전 유가족들은 충현동산에 신 장로의 시신을 매장하면서 옆 자리를 미리 비워뒀다. 신 장로의 아내가 숨질 경우 부부의 묘를 나란히 합장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고인과 유가족들의 소원은 예상치 못한 교회측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신 장로의 아내 심숙 권사가 89세의 나이로 소천했다. 그런데 충현교회측이 심 권사의 시신을 충현동산에 안장할 수 없도록 결정했다. 게다가 교회측은 교인이 숨질 경우 장례를 지원해 온 관행을 깨고 장례 지원도 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

교회 내 개혁그룹이 추진한 ‘재정장부 열람 요구’ 서명운동에 고인의 자녀 중 30여 년 전 출가한 딸이 서명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교회측이 문제 삼은 서명 당사자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故 신현상·심숙 부부이 장녀인 신인순 권사(68세)는 "일부 교인들이 교회 재정이 불투명해 서명을 받고 있다고 연락해 와 이름을 써 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

신 권사는 "나는 평소 교회에서 조용히 지내는 편에 속한다"면서 "앞장서서 서명을 받는 분들이 개인비용을 지출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1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서명에라도 동참하자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신 권사는 "충현동산에 어머니를 모실 수 없게 된 것이 나 때문이라고 하니 어머니를 볼 명목이 없다"면서 "마음이 너무 힘든데 교회가 결정한 일이니 기도조차 할 수 없는 답답한 마음이다"고 울먹였다.

유족들은 교회측이 서명을 철회하지 않으면 어머니의 시신을 충현동산에 안장 할 수 없다고 압박해 이미 서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위독한 상황에서 교회측이 서명 철회를 요청해 응했다는 설명이다.

유족들은 특히 숨진 고인과 관계없는 출가한 자녀 때문에 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한 어머니를 교회 묘지에 안장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은 사회도 금지하는 연좌제를 적용한 것이라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병천 씨는 "이런 일을 행한 사람들이 과연 왜 이런 일을 행하는지, 왜 이렇게 평범한 신자들 가슴에 상처를 깊게 주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모의 시신을 교회 묘지에 합장하려던 유족들은 교회측의 반대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어머니의 시신을 화장해 임시로 안치한 상태다.

한편, 충현교회측은 당회가 결정한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해명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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