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의 운은 어디까지?' 두산 선수들이 20일 LG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모습.(사진=두산 베어스)
'뚝심의 곰 군단' 두산이 기어이 한국시리즈(KS)까지 올랐다. 정규리그 4위로 가을야구행 막차를 탄 뒤 넥센과 LG를 연거푸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두산은 준플레이오프(PO)에서 넥센을 넘기 힘들다는 전망이었다. 선발진에 비해 불안한 불펜진 때문에 특히나 후반 승부가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실제로 두산은 불펜 난조 속에 넥센에 속절없는 2연패를 당하며 벼랑에 몰렸다. 그러나 이후 치열한 접전 끝에 내리 3연승을 달리며 극적인 PO 진출을 이뤄냈다.
정규리그 2위 LG와 PO에서도 두산은 불리하다는 전망이었다. 2차례 연장 승부 등 5차전까지 1점 차 접전을 치르면서 체력이 고갈됐다는 분석이었다.
하지만 LG마저 누르고 5년 만에 KS에 진출해 쟁패의 기회를 얻었다. 3승1패로 PO를 가져가며 11년 만에 찾아온 LG의 가을야구를 끝냈다.
▲LG와 PO 상대 실책 등 승운 따라두산의 끈기와 실력이 우선이었지만 운도 적잖게 따랐다. 넥센과 준PO를 불운으로 시작했지만 포스트시즌을 치를수록 점점 두산에 승리의 기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특히 LG와 PO에서 승운이 두드러졌다. 1차전에서 LG의 잇딴 실책에 편승해 승리한 두산은 4차전에서도 실책의 도움을 받았다. 3차전 9회 1점 차 리드에서 나온 임재철, 민병헌 등 외야수의 잇딴 호송구도 정말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2연속 보살로 경기가 끝난 것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초다.
사실 민병헌은 넥센에 2연패 뒤 잠실 준PO 3차전을 앞두고 "솔직히 3연승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질 것 같지는 않다.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2010년 이후 3년 만에 시리즈를 뒤집었다.
또 민병헌은 LG와 PO 4차전을 앞두고는 "하늘 위에 높이 계신 분이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3차전에서 나온 홈 송구 보살이 조금만 빗나갔어도 점수를 줬을 텐데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삼성과 KS도 왠지 질 것 같지 않다"삼성과 KS에 대해서도 민병헌은 "만약 우리가 올라간다면 승산이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력 상 정규리그 1위 삼성과는 적잖은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민병헌은 "지금의 삼성은 예전 같지 않은 것 같고, 왕년 SK처럼 강한 짜임새가 아니다"면서 "김상수도 부상으로 제외됐고, 타선의 힘도 다소 빠진 것 같다"고 나름 분석을 내놨다. 두산은 올해 삼성에 7승9패로 뒤졌다. 지난 2005년 KS에서도 삼성에 4연패했다.
그러나 2001년 정규리그 삼성을 누르고 KS 우승을 일군 바 있다. 정규리그 3위로 올해처럼 준PO와 PO를 거치고 올라가 정상까지 정복했다.
PO 4차전 MVP 최준석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도 힘든데 천운이 따르는 것 같다"고 했다. 4차전에서 8회 대타로 나와 쐐기 솔로 홈런을 날린 최준석은 넥센과 준PO 5차전에서도 대타 홈런을 날리며 시리즈 MVP까지 올랐다.
완전치 않은 전력에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며 KS까지 진출한 두산. 과연 곰 군단의 천운이 어디까지 갈까. 참고로 정규리그 4위 팀의 KS 우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