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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케리 '악수 사진' 쓰지 말아 달라는 청와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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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장관과의 환담 내용도 미국 언론에 공개되자 뒷북 공개

지난 4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위)과 6월 리커창 중국 총리와 악수하는 박근혜 대통령(아래).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 직후 중국 리커창 국무총리와 미국 케리 국무장관을 만났다. 리커창 총리, 케리 장관 순으로 환담이 이뤄졌다.

케리 장관과의 환담은 사전에 보도도 됐고, 청와대 풀 취재단이 모두발언 내용까지 취재했지만, 리커창 총리의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다.

브루나이 취재 활동을 모두 마치고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미리 타 있던 취재진들은 이해하기 힘든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박 대통령이 케리 장관과 악수하는 사진을 쓰지 말고 앉아서 대화하는 장면만 써 달라는 것이었다. 케리 장관의 목소리가 방송에 나오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청와대는 정식 회담이 아니어서 악수하는 사진을 쓰는 게 아니라는 연락을 외교부로부터 뒤늦게 받았다고 그 이유를 댔다.

하지만 정상급 인사들 간의 악수야 옷깃보다 손이 먼저 나갈 정도로 다반사여서 설득력이 부족했다.

청와대가 악수 장면 사진을 못쓰게 하고 케리의 목소리가 나가지 못하게 한 이유는 자카르타에 도착해서 수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밝혀졌다. 중국 때문이었다.

박 대통령과 케리 장관과의 만남은 서울을 출발하기 전부터 일찌감치 잡혀 있었던 반면 리커창 총리와는 만남의 형식이나 대화 주제 등이 사전에 충분히 조율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가 악수하는 사진이 없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 케리 장관이 악수하는 사진이 보도될 경우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 측이 박 대통령과 케리 장관의 악수 사진을 보도하지 말아 달라고 직접 요구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 외교 당국이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며 형식에 신경을 쓰는 중국의 눈치를 본 결과로 보인다.

청와대는 비슷한 이유에서 취재진까지 입석했던 박 대통령과 케리 장관의 모두발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미국 언론에 내용이 공개되자 뒤늦게 인사말 수준의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이런 모습들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한 미국의 환영, 미국 주도의 TPP에 대한 중국의 견제 등 미·중 신경전에 우리나라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단적인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 외교 당국의 지나친 강대국 눈치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이해하기 힘든 장면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도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베푼 국빈 만찬에 한복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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