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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봉이 김선달, 지역개발사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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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청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다음 주 10주년을 맞는다. 아주 다채롭고 다양한 행사가 준비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을 중심으로 진행된 인천의 대규모 사업들은 주저앉고 있다.

◈ 줄줄이 쓰러지는 대형개발 사업

인천 송도 워터프런트 사업. 인천 송도를 운하와 호수가 동그랗게 감싸는 사업이다. 인천시가 3,120억 원을 부담하고, 민간자본 7,725억 원을 유치하려 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시 재정이 적자에 허덕이는 마당에 가당치 않다고 막아섰고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송도의 랜드마크가 될 거라던 151층 인천타워 사업도 2014년에 외형 건축이라도 끝내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손님을 맞으려 했으나 몇 년이 지나도록 삽질도 시작 못했다. 인천 로봇랜드 조성 사업도 7,500억 원을 마련 못해 앞이 깜깜.

인천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사업(송도~청량리)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도 정부의 재정지원 외면으로 멈춰선 상태.

총사업비가 정부 1년 총예산에 버금가는 317조원으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으로 불렸던 인천 용유·무의도 에잇시티(8City) 사업도 추진 6년 만에 무산됐다. 사업시행 자본금 400억 원조차 마련 못 하는 마당에 317조 계획을 하겠다고 나서 ‘단군 이래 최대의 봉이 김선달’ 소리를 들었다.

최대 피해자는 사업지구에 묶여 14년간 재산권 행사가 묶였던 주민들이다. 개발되면 보상받을 수 있겠지 하며 융자대출 받은 사람들도 있다. 대출금에 대한 금융권의 본격 상환작업이 이뤄지면 모두들 쓰러질 판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시행자 에잇시티는 인천경제청이 약속한 인허가 절차와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아 그리됐다며 국제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수로 가보자. 엑스포를 치른 뒤 사후 이용과 관리를 놓고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지역 신문 기사의 한 부분을 읽어보자.

“여수엑스포 시설의 2차 매각도 유찰되었다. 예견되고 우려했던 결과다. 정부는 말이 없다. 엑스포 현장도 적막해변이다. 읍내 사흘장터 뒤의 공허함 그대로다. ‘살아있는 바다’는 죽어가고, ‘숨 쉬는 연안’은 녹초가 되고 있다. 정부만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눈길도 지쳐있다.”

사후활용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정부는 시설을 매각해 선투자금 4천억 원을 조기에 되돌려 받겠다는 입장이고, 지자체는 매각대금을 박람회장에 재투자해 살려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여수 엑스포는 행사비로 2조원, 행사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SOC에 투자된 자금은 10조원을 훨씬 넘긴다. 엑스포 폐막 뒤 6개월간 들어간 시설유지비가 71억 원이다. 운영비와 시설 관리비만 지출되고 있다.

충북은 오송 역세권 개발 사업이 무산됐다. 오송에 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KTX 오송역세권을 개발한다고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8년 만에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도지사 3명이 바통을 이어가며 첨단의료 생명과학단지 어쩌고 하며 큰소리쳤지만 개발 붐을 타고 부푼 마음으로 투자한 사람들만 거덜나고 말았다.

서울은 익히 알려진 대로다. 오세훈 전 시장이 중간에 물러났지만 물러나기까지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1,339억 원이 쏟아 부어졌다. 한강예술섬(551억원), 서해 뱃길 조성(43억원), 양화대교 교각 간격 넓히기(490억원), 한강 지천 뱃길 조성(40억원), 한강 유람선 아라호(112억원), 마곡지구 개발 사업(157억원) 등이다. 배 타러 가는 사람이 없고 배가 다니지 않는다. 배가 없으니 배 다니기 좋게 양화대교 교각 사이를 넓힌 건 헛수고였고 다리만 ‘ㄷ’자로 휘어 다시 뜯어고쳤다.

한강예술섬 조감도, (자료사진)

 

◈ 상식은 최선의 정책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돈이 말라 아우성이다. 잘 나간다는 서울시 경기도만 해도 올해 세수결손이 심각하다. 서울시는 7,500억 원가량, 경기도는 9,400억 원이다. 추경예산 작업에서 증액이 아니라 감액을 해야 하다. 서울시는 4천 억원을 깎아야 하고 경기도는 3천9백억 원 정도 깎아야 한다. 그러고도 내년 예산을 짜면서 올해보다 수천억 원을 줄여야 하는데 어디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이다.

지자체들은 중앙 정부에 이런저런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채무 500조에 이르러 나라 곳간도 비었다. 중앙정부는 오히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명분삼아 지방세인 취득세를 인하하고 무상보육 등 복지공약의 부담을 지방정부에 넘기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전시성 개발 사업은 제발 더 이상은 안 된다.

일본 도쿄의 롯폰기 힐즈는 성공 사업의 예로 꼽힌다. 주거와 문화, 상업시설이 어우러진 일본 ‘롯폰기힐즈’에는 미국 애플의 일본 본사, 골드만 삭스, 버클레이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롯폰기 힐스가 성공한 배경을 살펴보자.

용산개발사업의 6분의1 밖에 안 되는 슬림한 예산, 주민동의를 구하고 땅을 사들이는데 14년이나 걸린 치밀하고도 끈질긴 사업추진, 지역주민 주거공간, 주민편의시설 등 지역주민 우선의 사업시행 등이다. 주민들을 빨리 몰아내고 개발이익을 남기려는 우리 행태와는 크게 다르다. 롯폰기힐스는 결국 도쿄의 명소이자 국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사례를 하나 찾아보자.

지난 2010년 파주시의 채무액은 1,357억 원, 예산대비로 따져 경기도에서 빚 많기로 4번째였다. 시장이 나서 예산을 효율성 위주로 투입하고 출장비, 업무추진비를 깎아냈다. 임진강 가요제, 교하 갈대축제 등 7개 지역행사를 없애고 예산을 도로확장·포장, 하수도 정비, 교육지원 등 주요시책으로 돌렸다. 넓고 편리한 교통망이 갖춰지고 도시농촌 학교간에 격차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외자유치도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외자유치 2조 4,170억 원으로 경기도 내 총 외자유치의 85%를 차지했다. 최근 3년 사이에 파주시에 신규 투자한 기업만 218개사로 집계된다. 이렇게 돈이 들어오면서 파주시는 올해까지 500억 원의 빚을 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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