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2일 브라질과의 축구대표팀 친선경기가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지난 여름의 폭염과 폭우로 인해 경기장 곳곳의 잔디가 말라죽은 상황이다.(자료사진=FC서울)
“한국 축구의 치부를 드러내는 경기가 될 것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FC서울을 골치 아프게 하는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잔디다.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가 군데군데 말라 죽어 경기장 일부 지역은 맨 땅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010년 선수들의 부상을 막고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도록 경기장 그라운드 관리 관련 규정을 강화했지만 K리그 클럽들이 사용하는 경기장들은 대부분 잔디 상태가 좋지 않다. 지난 여름의 폭염과 폭우로 잔디들이 대거 말라죽었다. 이 때문에 올 시즌 잔여 경기를 다른 경기장에서 소화하며 잔디를 교체하는 구단도 생겼다.
비단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온전하지 못한 잔디 상태가 서울만의 고민은 아니었다. 한국 축구 경기장을 대표하는 이 곳에서 브라질과 격돌해야 하는 축구대표팀에게도 상당히 예민한 문제가 되고 있다.
네이마르(바르셀로나)와 헐크(제니트), 오스카, 하미레스(이상 첼시) 등 세계적인 기량을 뽐내는 선수들이 자칫 부상이라도 당하게 될 경우 말라죽은 잔디 문제가 전 세계적인 지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결국 다음달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 8위의 강호 브라질과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단단히 마음먹고 가슴 속 이야기를 꺼냈다.
홍 감독은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0월 A매치에 출전할 국가대표 25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봤는데 운동장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연 그는 “세계 어디를 가도 브라질은 세계 언론의 이슈가 되는 팀”이라며 “한국에 와서 그런 운동장에서 경기한다고 하면 한국 축구의 치부를 드러내는 좋지 않은 점”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최고의 선수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브라질과 잔디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25일 에스테그랄(이란)과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이후 서울의 홈 경기가 열리지 않아 잔디 회복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