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전주혜 부장판사)는 26일 조 전 청장에 대해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조 전 청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선고 직후 재수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주장하는 거액의 차명계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조 전 청장이 언급한 차명계좌를 '노 전 대통령의 자살 동기가 될만한 차명계좌로 큰 책임과 부담이 따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여직원들의 계좌에 의심할 만한 입출금 내역이 있기는 하지만 권양숙 여사를 보좌하는데 쓰인 것으로 보이고, 딸 노정연 씨 등의 금융자료에도 2005년 6월부터 2009년 3월말까지 잔액이 많아야 수백만원에 불과하다"며 차명계좌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전 청장은 차명계좌에 대해 임경묵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사장에게 듣고 이를 사실로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임 전 이사장은 관련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이러한 발언을 들었다고 해도) 임 전 이사장이 검찰 수사사항을 알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임 전 이사장을 겨우 3번째 만난 자리에서 임 전 이사장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었다는 것은 통상적으로 믿기 어렵고, 들은 내용에 대해 진위를 확인하려 하거나 다시 묻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이 400여명의 기동대원을 상대로 한 공식적인 자리에서 허위사실을 발언함에 따라 유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으로서는 많은 정보를 접하는 경찰청장의 발언을 믿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의 사망원인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지한 사과없이 되려 재판과정과 검찰조사에서 확실한 근거에 기해 발언한 것으로 얘기해 국민의 의구심이 더 커졌고 국론분열을 초래한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조 전 청장의 태도에 대해서도 "여러차례 주장을 바꾸며 수차례 책임을 회피하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16대 경찰청장으로 근무하며 법질서확립에 힘쓰고 경찰 인사시스템을 개혁하는 등의 노력과 2010년 3월 기동대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우발적으로 발언한 것임을 고려해 형을 2개월 감형했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 직전 사건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사건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의 금품 수수 의혹이 허위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조 전 청장이 발언한 차명계좌가 있었는지 여부"라면서 차명계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금품 수수 의혹 사건은 중지되고 기록은 역사속에 남았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더이상 근거없는 주장이나 소모적인 논쟁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