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상적으로 발달이 되면 돌 무렵 한 발 두 발 발을 떼면서 엄마, 아빠 소리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더 발달하지 못하고 점점 퇴행하여 말이 줄고 눈 맞춤을 잃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증상의 아이들은 병원을 전전하다가 자폐 또는 자폐스펙트럼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폐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현재는 전체 뇌 크기와 측두엽 이상과 연관된 신경해부학적 원인론과 신경전달 물질과 연관된 생화학적 원인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논문을 통해 장(腸)과 관련되어 자폐질환이 온다는 보고가 발표되었다. 장과 자폐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바로 먹거리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마시는 우유. 흔히 우유를 완전식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유를 맘 놓고 먹는데 지구상 모든 동물 중에 성장을 해서도 우유를 먹는 동물은 사람 밖에 없을 것이다. 우유는 일단 소화가 잘 안된다. 우유에 들어있는 락토오스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락타아제가 필요한데 대부분 소화효소인 락타아제가 없어 우유의 락토오스는 장에서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가 되어 복통이나 더부룩함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장벽을 파괴하는 원인이 된다.
장이 좋지 않은 아이가 아침부터 우유를 먹으면 마치 술에 취해 하루를 사는 알코올 중독자처럼 뇌가 흥분이 된다. 이러한 아이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산만하게 돌아다닌다.
이는 뇌 보호막이 뚫린 것이다. 바이러스가 뇌로 침범이 되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 바로 BBB(Blood, Brain, Barrier)라는 뇌 보호막인데, 생후 초기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유전적으로 장이 좋지 않은 경우에 뇌보호막이 뚫리게 된다. 보호막이 뚫리게 되면 우유나 밀가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이 오히려 영양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흥분시키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발달상태가 정상적으로 잘 되다가 서서히 발달이 늦어진다면 우유, 요쿠르트, 요플레, 치즈, 피자, 아이스크림, 빵, 비스킷, 단 음식, 밀가루, 단 과일 등을 일주일 정도 끊어 보는 것이 좋다. 전보다 아이가 진정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이 아이는 장과 관련되어 자폐 스펙트럼 질환이 온 경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GFCF(Gluten Free Casein Free)다이어트라는 영양요법을 통하여 자폐를 치료하기도 한다. 하지만 발달이 늦어져서 운동성이 떨어진다면 좌우뇌의 균형을 맞춰주는 운동치료를 겸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모든 질환에는 원인이 있다. 어제의 진실이 오늘의 거짓이 되는 시대에 살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원인들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가 옳은 정보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기란 쉽지않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정보라면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섣부른 판단이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폐라는 질환은 질병의 자폐가 아니라 치료의 자폐라고 말할 수 있겠다.
변기원(밸런스브레인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