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밤의 여왕'에서 여주인공 희주 역을 맡은 김민정. 사진=이명진 기자
세상에 둘도 없을 현모양처로만 여기던 당신의 아내에게 좀 놀아본 숨겨진 과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음달 17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밤의 여왕'의 출발점이 된 물음이다.
밤의 여왕에서 주연을 맡은 천정명 김민정과 연출자 김제영 감독은 16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CGV압구정점에서 제작보고회를 갖고 영화 이야기를 들려 줬다.
제대로 된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소심남 영수(천정명)는 어느 날 카페에서 만난 알바생 희주(김민정)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그녀를 보기 위해 수십 일째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있다.
두 번 다시 없을 큰 용기를 내 사랑을 고백한 영수는 희주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다.
달콤한 신혼생활을 즐기던 영수는 우연히 아내 희주의 터프한 모습이 담긴 과거 사진을 한 장 발견하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현주가 아닐 거야…….' 현모양처 아내를 믿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모락모락 의심이 피어오르는 영수, 결국 아내의 과거를 알아보기로 마음먹고 행동에 나선다.
배우 천정명과 김민정은 2005년 드라마에 이어 이 영화를 통해 8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이날 보고회에서 천정명은 "부부 연기를 처음 하는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최대한 알콩달콩 신혼부부로 보일까를 계속 고민했는데 막상 촬영장에서 민정 씨를 보게 되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민정 씨는 8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좋고 외모는 더욱 성숙해졌는데,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여서 극중 키스신을 찍으려니 설레면서도 어색했다"고 말했다.
김민정은 "드라마를 할 때는 함께 하는 신이 많이 없어 친해질 기회가 없었고 이후 가끔 밥도 먹으면서 친하게 지냈는데 주연급으로 성장한 그와 함께 영화를 찍으니 마음이 뿌듯하더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배우 천정명 김민정과 김제영 감독. 사진=이명진 기자
이어 "희주가 전화 통화를 할 때 영수가 옆에서 안으려는 신을 찍으면서 평소 친분이 있다보니 모르는 배우와 연기하는 것보다 더 고민이 됐다"며 "정명 씨도 쑥스러워 하길래 과감하게 하라고 주문했다"고 했다.
이 영화를 통해 진짜 사랑의 의미를 묻고 싶었다는 김제영 감독은 두 배우의 캐스팅에 대해 "아내의 과거를 파헤치는 영수에게 여성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천정명 씨는 이를 상쇄하고 귀엽다는 느낌까지 줄 것으로 믿었고 또 극중 그렇게 나왔다"며 "김민정 씨는 못하는 것이 없는 배우로서 무엇이든지 다 소화해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밤의 여왕은 실제 부부들이 한 번쯤 해봤을 법한 현실적인 고민을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실제 연인의 숨겨진 과거를 발견했을 때 천정명은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사랑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김민정은 "그 수위가 높았다면 소주 한잔 먹으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김제영 감독은 "숨기고 살면 피곤하니까 과거 모습을 끌어내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천정명은 "극중 영수와 닮은 점이 없지 않은데 실제 성격이 소심하면서도 대범한 데가 있어 그 수위 조절을 못하다 보면 오해를 부르는 경구가 있다"며 "소심남을 표현하면서 쉬운 것이 없었고 상황에 대해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초반에 겪었던 어려움도 사라지고 나중에는 감정이 잘 잡혔다"고 전했다.
김민정은 "극중 평소 접하기 힘든 희한한 욕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스스로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찍고 나서는 무척 후련한 경험이 있어서 앞으로도 욕하는 장면을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김민정은 또 "어릴 적 발목을 다친 것이 고질병이 돼 평소 구두를 안 신고 다니는데 촬영에서 구두를 신고 춤을 추면서 고통스러워 울기도 했다"며 "촬영을 마친 뒤 춤 실력도 늘고 발목도, 마음도 더 강해졌는데 힘들었지만 큰 것을 얻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