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존여비(男尊女卑)라 했던가.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여존남비' 사회다. 갈수록 남자들이 설 곳을 잃고 있어서다. 청년들은 취업과 결혼, 중장년은 직장과 가정에서 치이고 밀리기 일쑤다. 하지만 본인도, 주변도 여전히 인식은 조선 시대에 멈춰있어 갈등도 만만찮다. CBS노컷뉴스는 '男子수난시대'의 세대별 실상을 5회에 걸쳐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 주]<싣는 순서="">
①20대 '답'이 없다
②30대 '집'이 없다
③40대 '나'는 없다
④50대 '일'이 없다
⑤60대 '낙'이 없다<끝>끝>
(자료사진)
강력한 가부장제의 사실상 마지막 세대인 노년 남성들은 시대가 바뀌자 역풍의 한 가운데 홀로 서게 됐다.
황덕수(가명·69) 할아버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제 가정의 가장이었다. 6.25 전쟁통에서 살아남은 뒤 그야말로 맨 주먹으로 시작했다.
포항제철 1기로 입사해 산업 역군으로 대한민국을, 가족들을 먹여 살렸다는 자부심 하나로 살아왔다. 전통적인 엄부(嚴父)로서 가족들을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은퇴를 하고, 자식들이 독립하면서 가장의 권력은 쇠락했다. 자식들은 그래도 명절마다 찾아오지만, 가부장적 권위로 오랜 기간 쌓은 벽 때문인지 살갑게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식들은 부인과 같이 있을 때 더 편안해 보였고, 황 할아버지와 같이 있을 때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황 할아버지는 "분가한 자식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손자들을 보러 찾아가면 아들이나 며느리나 반기지도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부인도 마찬가지였다. 순종적으로 자신을 따랐지만 자식들이 독립하자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동네 사교모임이나 친구들과의 만남 등 집밖 활동에 열심이었고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황 할아버지는 "나이가 드니 집사람과 점점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나 어렸을 때 어머니나 할머니의 모습과는 달리 대우만 받으려고 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결국 대화가 안 통하는 건 은퇴하고 돈을 벌어다 주지 못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혀를 찼다.
실제로 대한노인회가 만 60세 이상 노인 2541명에게 물어보니 남성 68%는 '가장 위로되는 사람'으로 배우자를 꼽았다. 반면 여성은 34.3%만 배우자를 의지한다고 답했다.
대신 여성의 38.2%는 자녀를 의지한다고 답했지만, 남성은 18%에 불과했다.
CBS노컷뉴스 이대희 기자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