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한국 시각) LA 다저스전에서 1안타 사4구 3개로 전 타석 출루한 신시내티 추신수.(자료사진=임종률 기자)
'추추 트레인'의 사전에 이제 '왼손 징크스'라는 말은 사라질 것 같다.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좌완 공포증을 완전히 털어낸 모양새다.
연이틀 좌완을 상대로 안타와 동점 득점을 올리는 값진 활약을 펼친 데 이어 당대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4번 100% 출루쇼를 펼쳤다. 9월 무섭게 질주하는 추신수(31, 신시내티) 얘기다.
추신수는 9일(한국 시각) 미국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홈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로 안타와 사구 1개, 볼넷 2개로 100% 출루했다.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은 올리지 못했지만 커쇼의 힘을 빼놓기 충분한 활약이었다.
▲커쇼-파코-하웰, 3연속 좌완 상대 안타
커쇼는 전날까지 평균자책점(ERA) 1.89,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0.92에 불과한 에이스 중의 에이스. 한 이닝에 주자 1명 출루를 허용할까 말까 하는 투수다. 그런 커쇼를 상대로 4번 연속 출루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추신수도 이전까지는 5타수 무안타 1볼넷에 머물러 있었다.
전날도 추신수는 2-3으로 뒤진 7회말 상대 좌완 스페셜리스트 파코 로드리게스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우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후 홈까지 밟아 동점 득점으로 팀의 연장 끝내기 승리에 발판을 놨다.
7일에도 추신수는 1-2로 뒤진 5회 좌완 불펜 J.P 하웰로부터 중전 안타를 날렸고, 조이 보토의 역전 결승 홈런 때 역시 홈을 밟아 동점 득점을 올렸다. 3경기 연속 좌완 상대 안타를 날렸다.
시즌 한때 좌완 상대 타율이 1할4푼대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난해도 추신수는 1할9푼9리의 낮은 좌완 상대 타율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맹렬한 기세로 좌완 타율을 2할9리(163타수 34안타)까지 올렸다.
▲"좌완에 못 치면 어때? 설마 더 나빠질까?"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에 추신수는 경기 후 "야구가 좀 웃기죠?"라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때는 잘 맞고 다른 때는 안 맞을 수도 있는 게 야구라는 말이다.
좌완 상대도 마찬가지다. 오늘은 커쇼를 상대로 전 타석 출루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올 것이라는 뜻이다. 추신수는 "좌완과 관련해 이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추신수는 지난 2011년 왼손 투수의 공에 왼 엄지 골절상을 당하면서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여기에 올 시즌 잘 맞은 타구가 여러 차례 야수 정면으로 가는 등 불운까지 겹쳤다. 좌완 상대 타율이 낮은 데 대한 지적도 적잖게 나왔다.
이에 추신수는 '무심(無心)' 타법을 택했다. 아예 지금까지 기록을 무시하고 제로 베이스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추신수는 "좌완을 상대로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렇다면 바닥을 친 타율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아예 신경을 안 쓰다 보니 차츰 잘 맞아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추신수의 좌완 타율은 우완(3할2푼9리)과 차이가 적잖다. 완전히 균형을 맞추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추신수에게 이제 기록은 무의미하다. 추신수는 "좌투수를 잘 공략하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잘 안 돼도 관계는 없다"면서 "누군가가 말한 대로 리그에 대부분은 우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