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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비'아끼려던 자영업자 1100명에게 37억 원 가로챈 사기단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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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출처 불명 공고비용 등 명목으로 1~10단계 걸쳐 12만~1억8천 만원 뜯어내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경기도 부천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던 김모(55) 씨는 운영난 끝에 지난 4월 정비소를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중개수수료를 아끼고자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신 한 인터넷 생활정보지 사이트에 해당 점포를 1억2천 만원에 양도한다는 게시물을 올린 김 씨는 게시물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부동산으로부터 솔깃한 전화를 받았다.

부동산 직원은 '내놓은 가격보다 비싸게 점포를 팔도록 도와주겠다'며 이를 위해 ‘부동산 매매 광고 전문 신문사'에 광고를 내도록 권했다. 이후 김 씨에게 전화를 건 신문사 직원은 광고 게재를 권유하며 광고비로 12만여 원을 제시했다.

점포를 좀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 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광고비를 입금했고, 부동산을 통해 "광고 덕에 점포를 보고 싶다는 전화가 쇄도한다"며 "조만간 매수희망자가 점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점포를 방문한 매수희망자 A씨는 "향후 권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으면 당장 계약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점포를 떠났고, 부동산 직원은 김 씨에게 전화를 걸어 "'권리금 보장 존속 공고제도'를 이용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신문사에 확인해보라고 권했다.

이후 신문사 직원은 "매수희망자가 나중에 권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돕는 '권리금 보장 존속 공고제도'라는 것이 있는데 공고비용으로 190만원이 필요하다"며 소개했고, 김 씨는 점포를 빨리 처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고비 190만원을 신문사에 입금했다.

당장에라도 계약을 하겠다던 A씨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계약을 하기하겠다고 했고, '계약 전 담보로 제공했던 부동산에 손대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에 부동산 직원은 김 씨에게 'A씨가 담보로 제공한 부동산을 경매로 신청해 손해를 보전할 수 있다'며 '계약불이행 입찰공고'라는 제도를 설명했고, 이내 전화가 온 신문사 직원은 경매진행을 위한 비용으로 280만원이 필요하다고 권했다.

이후 부동산 직원과 신문사 직원은 '부동산이 낙찰됐으니 신문사에 낙찰대금 수수료를 지급하면 낙찰대금을 주겠다'며 480만원을, '낙찰대금을 받으려고 하는데 원래 부동산 소유자가 이를 막기 위해 공탁을 걸었으니 맞공탁을 걸어야 한다'며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을 요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비소 점포 매도를 위해 김 씨가 부동산과 신문사 측에 준 돈은 1억 8천만원에 이르렀지만 점포 매매는 이뤄지지 않은 채 부동산․신문사 직원들은 종적을 감췄다.

이후 김 씨는 부동산과 신문사는 유령회사에 불과하고 이들이 제시한 '권리금보장 존속공고제도'와 '계약불이행 입찰공고'는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김 씨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한 사기수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뜯긴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없었다.

이 같은 피해는 김 씨 만의 특별한 사연은 아니다.

치킨가게를 운영하던 진모(52.여) 씨는 지난 2011년 3월 운영 중이던 점포를 양도하는 과정에서 이들 사기단에 속아 광고비와 각종 공고비용, 경매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8차례에 걸쳐 6400만원을 뜯긴 뒤 자살까지 기도했다. 닷새 만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진 씨의 자녀들은 대학진학을 포기하기도 했다.

김밥가게를 운영했던 이모(53.여) 씨 역시 2010년 10월 사기단에 8400만원을 뜯긴 뒤 현재까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분식집을 운영하던 이모(40.여) 씨도 사기단에 속아 1억4100만원을 뜯긴 뒤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다.

2010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사기를 당한 영세 자영업자는 1100명에 달하고, 피해금액은 1인당 12만~1억8천만 원씩 모두 37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윤재필 부장검사)는 인터넷 생활정보지를 통해 점포를 양도하려는 영세사업자들에게 '점포 양도를 중개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7억여 원을 편취한 혐의로 김모(28) 씨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별건 사건으로 수감 중인 고모(29) 씨와 김모(28) 씨는 추가기소하는 등 보이스피싱 사기단 10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조사결과 김 씨 등은 영세 자영업자들을 직종별로 나누고 그에 따른 상황별 대응 매뉴얼까지 준비하고 단계별 범행수행자들을 상대로 사전교육을 시행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범행 단계별로 부동산 직원과 신문사 직원, 점포 매수희망자 등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피해자들을 현혹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 편취한 37억 원은 유흥비용이나 고급외제차량을 구입하는데 사용하는 등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이스피싱 사기단은 교도소에서 수감 중 만난 답십리파 행동대장 고씨와 전문 사기범인 김씨가 범행을 모의한 뒤 출소직후 답십리파 조직폭력배를 끌어들여 구성한 사기단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도망간 공범 조모(28) 씨 등 3명을 지명수배해 행방을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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