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경구의 티켓파워를 등에 업은 영화 '스파이'가 가을 문턱에 접어든 극장가를 접수할 기세다.
5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날 개봉한 스파이는 예매점유율(예매율) 34.3%로 이 부문에서 2위와 격차를 크게 벌리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이하 나우 유 씨 미)과 '엘리시움'은 각각 10.4%, 9.3%의 예매율로 2, 3위를 차지했고, 5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바람이 분다'가 8%로 4위에 올랐다.
500만 관객을 넘기며 장기흥행 모드에 들어간 손현주 주연의 '숨바꼭질'은 6.3%로 5위 안에 들었으며, 11일 개봉을 앞둔 화제작 '관상'이 예매율 5.8%로 일찍부터 6위에 오른 점도 눈에 띈다.
영화 정보 전문 사이트 맥스무비가 자체 집계한 예매 순위도 영진위 집계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맥스무비의 예매 순위는 스파이(예매율 41.01%), 엘리시움(20.28%), 나우 유 씨 미(11.43%), 바람이 분다(7.33%), 숨바꼭질(6.99%) 순으로 5위권이 채워졌다.
맥스무비의 통계에 따르면 설경구는 스파이를 통해 영화 '감시자들' 이후 10주 만에 다시 한번 정상을 차지했는데, 개인 통산 12번째 예매율 1위다. 설경구가 주연을 맡고 예매율 1위를 기록한 영화들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맥스무비 김형호 실장은 "코미디가 예매율 1위에 오른 것은 올해 처음이고 추석 연휴에 개봉한 코미디로는 '조폭마누라'(2001년·56.8%)에 이어 역대 2위"라며 "그동안 추석 코미디의 한계점으로 인식되던 예매율 30%대를 깼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관객이 초반에 나서면서 만들어낸 수치이기 때문에 추석 연휴를 노리는 스파이에게는 유리한 지표가 될 것"이라며 "설경구의 티켓파워에다 설경구 문소리의 조합이 관객들에게 신뢰를 준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에는 유독 코미디가 강세를 보이는데 가족관객 흡수가 다른 장르에 비해 쉽기 때문이라는 것인 김 실장의 설명이다.
그는 "휴가 시즌에는 부모가 10대 자녀를 동반하는 가족관객이 주를 이룬다면, 추석이나 설날 같은 명절 연휴에는 성인자녀가 부모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성인 자녀들의 영화 선택은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선택하는 영화보다 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데 이에 적당한 장르가 바로 코미디인 셈"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