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기업 회장단의 오찬 대화.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 간담회에 KT 이석채 회장과 포스코 정준양 회장이 연달아 빠지게 된 것에 대해 뒷말이 적지 않다.
KT와 포스코는 우리 나라 대표 기업들이지만, 지난 6월말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최한 국빈 만찬과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 재벌 그룹 총수 간담회에 모두 초청을 받지 못했다.
특히 KT 이석채 회장의 경우 지난 주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 3자를 통해 박대통령의 뜻이라며 조기 사임을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물론 청와대는 29일 조원동 수석에게 확인한 결과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KT 내부에서는 한 동안 잠잠하던 이석채 회장의 거취 문제가 다시 수면에 올라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사실 조기 사임을 요구하는 전화가 왔었는지 실체도 모르겠다”며 “다만 오늘 내일이 주파수 경매의 최절정기인데,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일단 재계에서는 6월 시진핑 국가주석의 만찬 때 빠진 것은 사전 협의를 거쳐 미리 고지가 된 것이어서 의미를 부여할 것이 못 되지만 28일 오찬 기준은 ‘참으로 묘하다’는 반응이다.
KT 이석채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특히 재계 순위 6위의 포스코 정준양 회장마저 초청을 받지 못한 것은 더욱 의외라는 말들이 나온다.
청와대 김행 대변인이 밝힌 기준은 “순수 민간기업만 참석 대상으로 했다”는 것으로 포스코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6.14%)이기 때문에 제외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사실 궁색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삼성전자, 신한금융지주 등도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인데다 포스코의 경우 민영화된지 벌써 13년에 외국인 지분율이 45%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기준 공정위의 ‘대기업 자산총액’ 자료를 볼 경우, 한국전력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와 같은 공기업(정확한 명칭은 ‘공사합동기업’)과 포스코 및 KT를 모두 제외할 경우 이번 오찬 간담회에 참석한 10개 그룹(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의 명단이 나오기는 한다.
결국 청와대가 내세운 기준은 KT와 포스코를 민간기업 보다는 한전과 같은 공기업에 더 가까운 존재로 보는 정부 시각을 은연 중에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KT와 포스코에 대한 정부 시각이 그렇다면, KT와 포스코도 향후 예정된 공기업 인사의 맥락에서 바라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 주변에서는 현실적으로 KT와 포스코의 주주총회가 내년 3월에 예정되어 있는 만큼, 국회 국정감사 기간을 제외하고 내년 초까지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도 KT와 포스코의 수장이 바뀐다면 두 기업의 정체성을 ‘민간기업도 공기업도 아닌, 그렇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제 3의 기업 유형’으로 분류 해야 한다”는 냉소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