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울산 현대의 수문장 김승규(23)는 최근 '홍명보 호'에서 가장 각광받는 신예 중 한명이다. 지난 14일 페루와의 평가전에서 국가대표 붙박이 골키퍼인 정성룡을 제치고 선발 출전, 무실점 경기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사실상 정성룡의 경쟁자는 없었다. 독주 체제였다. 한동안 누구도 넘보지 못했던 그 자리에 김승규가 들어오면서 판도 변화가 예고됐다. 관계자들은 한국 축구의 경쟁력이 더 나아질 것이라며 '굴러들어온 돌'의 등장을 반겼다.
2008년 프로 무대를 밟은 김승규에게 그동안 선배들의 벽은 높기만 했다. 지난 시즌까지 5년동안 K리그 경기 출전은 총 23회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주전 골키퍼 김영광이 부상을 당하면서 마침내 김승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선수들마다 자기 운이라는 것이 있는데 타이밍을 잘 잡았다. 원래 좋은 선수였고 경기를 뛰면서 자기가 가진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2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개최된 2013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포항 스틸러스와의 25라운드 경기.
포항은 최근 7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며 부동의 1위(승점 49)를 달리고 있는 강호. 울산은 홈 7경기 무패행진을 질주하고 있었다.
결국 포항의 무패행진은 안방 불패를 이어가고 있는 울산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울산의 든든한 수문장으로 환골탈태한 김승규에게 철저히 막혔기 때문이다.
울산은 전반 3분만에 터진 측면 수비수 김영삼의 벼락같은 골로 먼저 앞서갔다. 이후 포항의 반격이 시작됐다. 어떻게든 골을 만회해야하는 포항은 절박한 마음으로 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막는 자의 집중력이 한수위였다.
김승규는 이날 네 차례나 '슈퍼 세이브'를 선보였다. 모두 골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이명주의 날카로운 프리킥, 황진성의 허를 지르는 중거리슛은 물론이고 골문 바로 앞에서 날린 유효슈팅도 두 차례, 하지만 모두 김승규에게 가로막혔다.
결국 울산은 포항을 2-0으로 제압했다. 전반 초반 김영삼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23분 한상운의 추가 골이 터졌다. 5경기만에 승리를 거둔 울산은 13승6무6패째를 기록해 승점 45점째를 올렸다.
최근 기량이 물오른 김승규의 역할이 컸다. 포항은 무려 18번의 슈팅(유효슈팅 11)을 날렸지만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다. 김승규는 이로써 올 시즌 자신의 10번째 무실점 경기를 완성했다. 이날 2골을 내준 포항의 골키퍼 신화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리그 공동 1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