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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때] '킬링시즌' 드 니로, 트라볼타 이름값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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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두 명배우 연기 격돌…전쟁으로 희생된 개인의 삶 그려

 

믿고 보는 영화라는 것이 있다면, 한 시대를 풍미한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70)와 존 트라볼타(59)가 주연을 맡은 '킬링시즌'과 같은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일 터다.

북아메리카 대륙을 관통하는 애팔레치아 산맥의 오두막에서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고 있는 퇴역장교 벤자민 포드(로버트 드 니로)는 신경안정제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가 없다.

세르비아의 침공으로 1992년부터 1995년까지 4년 동안 2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보스니아 전쟁에 참전한 뒤 얻은 후유증 탓이다.

그가 참전으로 얻은 것이라고는 아내와의 이혼, 외부와 단절된 일상뿐이다. 그때 얻은 허벅지의 기다란 상처도 낙인처럼 그의 삶을 옥죈다.

어느 날 신경안정제를 사려고 시내로 나가던 포드는 차가 고장나 에밀 코바쉬(존 트라볼타)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 인연으로 그를 집으로 불러들인다.

사냥을 하려고 산맥을 찾았다는 코바쉬는 보스니아 전쟁을 겪은 현지 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이를 계기로 둘은 늦은 밤까지 속을 터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된다.

"대다수 미군은 지중해의 안전한 군함 위에서 보스니아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전부이지 않았냐"고 꼬집는 코바쉬에게 포드는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그 뒤로 난 20여 년 동안 아무 것도 죽이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둘은 의기투합해 다음날 함께 사냥에 나서지만, 난데없이 날아든 화살에 포드는 코바쉬가 자신에게 원한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코바쉬는 전쟁 당시 포드의 총에 거의 죽었다 살아난 세르비아 군인이었는데, 복수를 위해 포드를 찾아왔던 것이다.

두 사람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킬링시즌은 로버트 드 니로와 존 트라볼타의 연기 대결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90여 분의 상영 시간 동안 보스니아 전쟁을 그린 오프닝을 제외하고는 두 배우 외에 나오는 인물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드 니로는 극 초반 다소 신경질적인데다 잠조차 제대로 못 이루는 퇴역군인을 현재 자신의 모습 그대로 연기하는 듯하다.

'대부2(1974)' '택시 드라이버(1976)' '미션(1986)' 등을 통해 드 니로의 전설적인 연기를 봐 온 관객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투성이인 그의 얼굴을 보면서 아직도 치열한 노배우의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짧은 머리와 얼굴의 반을 덮은 수염으로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존 트라볼타는 인간 사냥꾼으로 살 수 밖에 없던 코바쉬 역에 남다른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촬영 전 세르비아, 보스니아 등을 찾아 전쟁을 겪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억양을 연구한 그의 노력이 극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나는 덕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뒤 그 죄값을 오롯이 짊어져야 했던 나약한 개인,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죽이는 기술을 본능적으로 끌어내는 군인, 되풀이되는 복수의 어두운 그림자와 이를 끊어내는 화해의 손길을 이 두 배우 말고 누가 연기할 수 있었을지 잘 그려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9월5일 개봉, 상영 시간 91분,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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