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권부의 상징 청와대.
▲대.일.본의 ‘대’ 청와대대통령의 집무실이자 생활공간. 대한민국의 최고 권부인 청와대(靑瓦臺). 행정구역상 주소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번지다. 북쪽에는 서울시의 주산인 북악산을 두고 좌우로 낙산과 인왕산, 앞으로는 남산과 청계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이다.
청와대의 원래 이름은 ‘경무대(景武臺)’였다. 현재 청와대의 자리가 권력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은 고려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 문종은 개경과 별도로 이곳 북악산 아래 자락에 별궁을 짓고, 현재의 서울을 남경이라 불렀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태조는 경복궁을 지었고 청와대 일대는 궁의 후원이 됐다. 북원이라 불리워진 현재의 청와대 터에는 융문당(문과 과거시험장), 융무당(무과 과거시험장), 경무대(군사시범훈련 참관장), 오운각, 중일각등 여러 전각이 있었고, 중요 행사가 치러지는 곳이기도 했다.
1910년 일제는 경복궁 근정전 앞마당에 총독부를 지었고, 융문당과 융무당등 후원의 건물을 모두 헐어버리고 총독관저를 지었다. 헐어버린 전각은 일반에 매각해버렸다.
융문당 전경. 경복궁 후원에 있던 융문당은 일제에 의해 헐려 용산의 일본 절을 짓는데 사용됐다, 현재 전남 영광에 옮겨져 보전되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전각은 융무당과 융문당인데 엉뚱하게도 전남 영광에 자리하고 있다. 일제는 두 건물을 헐어 용산에 일본인을 위한 절 용광사를 짓는데 사용했는데, 해방후 원불교에서 두 건물을 인수해 사용하다, 2007년 모두 전남 영광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일제 총독관저의 모습은 위에서 보면 큰 대(大)자 형상인데, 날 일(日)자 형상을 한 조선총독부 건물과 함께 경복궁을 아래, 위로 짖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옛 서울시청 건물이 본(本)자의 형상을 하고 있으니, 조선 6백년의 정궁과 육조 관청이 들어섰던 중심거리를 ‘대·일·본’이라는 세 글자가 누르고 있는 셈이다. 일제가 얼마나 치밀하고 악랄하게 조선을 억압했는 지 새삼 놀랍고 화가 치민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총독 관저를 대통령의 관저로, 조선총독부 건물은 그대로 중앙부처의 집무실로 사용했다. 이승만은 옛 경무대의 이름을 따 대통령 관저의 이름을 ‘경무대(景武臺)’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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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한민국 건국의 심장부였던 ‘경무대’는 12년간의 부정부패와 폭정으로 ‘비리의 온상’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고, 4.19 민주혁명으로 결국 이승만은 권좌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1960년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윤보선은 어두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경무대의 이름을 ‘청와대(靑瓦臺)’로 바꾸기에 이른다. 관저의 지붕이 푸른 기와로 돼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평화를 상징하는 청색을 강조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경복궁의 북원(北園)은 이런 역사를 거쳐, 현재의 청와대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참 거칠고 지난한 역사를 지나왔다.
▲'전하(殿下)'와 '각하(閣下)'예전에 우리는 대통령을 '각하'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높임말인 셈인데, 군주제도 아닌 민주공화국에서 행정수반인 대통령에게 계급사회에서나 통용되는 '각하'라는 호칭을 붙인 것은, 우리의 권위적인 정치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다 떠나서, 대통령에게 '각하'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적절한 지 따져볼 일이다. 궁궐의 건물에는 각각 다른 명칭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근정전, 경회루, 향원정 등등...
어떤 건물의 이름에는 '전'이 또 어떤 건물에는 '루','헌','재'등 다양한 이름이 있다. 그것은 궁궐의 건물에는 엄연한 서열이 존재하고, 그 서열에 따라 각각 다른 이름이 붙여졌기 때문이다.
왕의 집무실이었던 경복궁 사정전. (자료제공=문화재청)
'전(殿)’은 가장 높은 서열, 즉 왕이나 왕비가 거처하거나 업무를 보던 건물을 칭한다.
이를 순서대로 나열하면,
·전(殿)-근정전,사정전,강녕전(왕의 침전),교태전(왕비의 침전)
·당(堂)-경복궁의 자선당(세자의 침전)
·합(閤)-경복궁의 곤녕합(명성왕후가 시해된 건천궁의 건물)
·각(閣)-경복궁의 흠경각(물시계가 설치된 곳)
·헌(軒)-창덕궁의 관물헌
·루(樓)-경복궁의 경회루
·정(亭)-경복궁의 향원정
'전하'라는 명칭은 '전의 아래쪽에서 엎드려 봐야하는 분'이라는 뜻인데, 순서로 따지자면 우리가 대통령에게 붙이는 '각하'라는 호칭은 4번째 서열쯤 된다.
왕과 대통령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각하'라는 호칭은 서열로만 놓고 본다면, 대통령의 격에 맞지 않는 셈이다. 이제 이런 호칭은 사라졌지만, 왕처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군부정권의 대통령들이 이런 호칭으로 불렸던 것을 생각하면, 참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祉)' 청와대, 정말 그럴까?1989년. 노태우 대통령은 청와대를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보통사람의 시대'를 표어로 내걸고 양김의 분열로 어렵게 대통령에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은 전두환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청와대 관저 공사 도중 표석이 하나 발견됐다. 표석에는 '천하제일복지(天下第一福祉)'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천하제일복지’는 풍수지리상 최고의 명당을 의미한다. 표석은 청와대 안에 남아있는 유일한 유적인 '오운정' 옆에 있다.
청와대 관저 뒤에 있는 오운정. 경복궁 후원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건물이다. 일제에 의해 헐렸던 건물을 이승만 대통령 시절 새로 지었다. 현판의 글씨도 이승만 대통령의 필체다.(자료제공=문화재청)
'오운정(五雲亭)'의 ‘오운’은 곧 다섯색의 구름을 뜻하는데, 신선이 사는 별천지를 의미한다. 이 말 대로라면, 청와대는 결국 풍수지리적으로 최고의 명당에, 신선처럼 살 수 있는 별천지인 셈인데...
그러나 여기서 살았던 주인들의 면면을 돌아보면 과연 풍수지리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민중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이승만.,부하의 총탄에 쓰러진 박정희. 퇴임 후 쇠고랑을 찬 전두환,노태우, 자식들 문제로 편하지 못했던 김영삼과 김대중, 그리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노무현 대통령까지...
풍수지리는 정확한데, 주인들이 잘못해 말년이 불행했던 것인지, 아니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별천지가 인간들에게는 너무 과분한 자리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참고)'나도 문화해설사가 될 수 있다' 최동군 저(2011. 담디)
'서울의 누정'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2012. 이른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