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정원 국정조사가 두 차례의 청문회를 남겨놓고 있지만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증인 출석을 일주일 전까지 서면통보해야 하지만 국정조사가 23일 종료를 앞두고 있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16일 초유의 증언선서 거부를 해 '농락 청문회'로 전락한데 이어 '반쪽 국조'로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증인 채택은 특위 여야 간사에 위임돼있다. 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김무성·권영세 두 사람은 증인 채택을 하지 않기로 양당 간에 이미 묵시적인 합의가 돼 있다"고 '물밑 합의'를 주장했다. 반면,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허위"라고 발끈하며, 권영세-원세훈의 통화 사실 등이 확인된 만큼 "팩트가 추가됐기 때문에 새누리당은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은 무관하기 때문에 요청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권성동)고 버티는 쪽과 "두 사람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으면 19일 2차 청문회는 심각한 걸림돌이 있게 된다"(정청래)는 경고가 맞서면서 남은 일정을 '보이콧'하자는 기류도 감지된다. 정 의원은 17일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19일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특검론도 고개를 들기도 한다.
하지만 2차 청문회를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분위기가 더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특위 관계자는 "할 게 많이 남았다는 쪽이 강하다"며 또 한차례의 분수령이 될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1차 청문회의 원세훈, 김용판 증인의 논리를 깨야하는 숙제가 주어진 자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체가 더 규명되거나 새로운 의혹이 나올 경우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가 증인통보 규정과 관계 없이 3차 청문회가 예정된 21일 정치적으로 출석을 결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깔려있다.
남은 합의된 증인 27명의 '입'에 여전히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와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 등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이 총출동하고, 권영세-김용판의 중간고리로 지목된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도 증언대에 선다. 여기에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한 혐의와 관련해 최현락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윗선 개입 의혹을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도 증인으로 채택돼있다.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이번 댓글 의혹을 민주당 측에 제보한 것으로 지목된 전직 국정원 직원인 김모씨 등을 상대로 감금, 매관매직 의혹에 관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