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없는 복지, 그 무서운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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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냐 복지공약 재조정이냐

 

진심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상관없다. 어찌 됐든 박근혜 대통령은 '복지'를 입에 달고 살았다. 많은 사람 앞에서 '아랫목'부터 덥히겠다고 공언했다. 당선인 시절, 그는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달리 대기업 총수보다 중소기업 CEO를 먼저 만났다. 복지공약은 나름대로 훌륭했다. 야권 대선후보들의 공약과 비교했을 때 모자람이 없었다.  이제 공약을 지키는 일만 남았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돈'이 박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다. 복지공약을 달성하려면 매년 27조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수 최대치는 10억원이다. 돈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미국처럼 국채를 맘껏 발행해 돈을 마련할 수도 없다. 어디서, 어떻게 재원을 확보해야 할지 솔루션이 나오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수手'라곤 세금을 더 걷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타령이다. 세금을 올리지 않아도 복지공약을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재원마련도 고구마 줄기 뽑아내듯 마구 쏟아냈다.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예산 구조조정, 공공기관 경비절감, 세감면 혜택 축소….' 대략 이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기까지다. 공언만큼이나 모호한 구상만 가득하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한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뾰족한 재원마련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만큼 증세를 제쳐놓고 재원대책을 구체화하는 건 쉽지 않다. 설사 지하경제 양성화, 경비절감 등의 방법으로 재원마련이 가능하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지하경제는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음성화돼 있다. 이를 밖으로 끌어내도 재원을 얼마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출예산 구조조정, 공공기관 경비절감은 웬만한 개혁의지로는 달성하기 어렵다.

'권력의 힘'에 위축된 정부나 공공기관이 처음엔 말을 들을지 모르지만 갈수록 '관성의 법칙'에 끌릴 거다. 줄어든 경비를 언젠가는 다시 늘리려 할 게 뻔하다. 세감면 혜택을 줄이는 것도 어려운 문제다. 애먼 서민만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세감면 혜택의 상당수는 서민을 위한 것이라서다.

박 대통령은 지금 '선택점'에 서 있다. 복지 생태계를 가꾸기 위해 증세를 추진하느냐, 아니면 복지공약을 전면 재조정하느냐다. 박근혜의 딜레마다. 한국의 딜레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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