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정원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제5차 국민촛불대회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 그리고 시민사회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밝히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국정조사 살려내라."
"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 증인 채택, 동행 명령, 국정조사 살려내라."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5차 국민촛불대회가 시민 3만여 명(경찰 추산 4,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3일 오후 열렸다.
32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국정원 규탄 촛불대회가 시작된 이후 최대 인원이 광장에 모였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284개가 참여한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국정원 시국회의)는 이날 오후 7시 30분 서울 청계광장에서 5차 국민촛불대회를 열었다.
국정원 시국회의 등 참석자들은 △국정조사 기간 연장 △새누리당 국정조사 위원 전원 교체 △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원판김세) 국정조사 증인 참석 등을 요구했다.
첫 발언을 한 조희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는 "국민 분노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살릴 수 있다"면서 "원판김세가 국정조사에 응하기 전까지 민주당은 원내로 들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국정조사특위 위원장 신경민 의원은 "새누리당의 휴가는 국정조사를 무력화하려는 전략·꼼수·악마의 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국정원은 떼강도다. 떼강도를 때려잡고 국민에게 밝히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우리는 대통령을 선출한 것이지 여왕을 뽑은 게 아니다"라면서 "여왕님을 모시고 민주공화국에 살기를 거부한다"고 외쳤다.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앞에서 캠핑하며 감시활동을 벌이는 국정원국민감시단 김효준 단장도 무대에 섰다.
김 단장은 "경찰이 '국정원에서 하지 말라고 한다'면서 텐트를 치지도 못하게 하고 1인시위도 못하게 한다"면서 "국정원을 해체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는 시민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비지땀을 흘리며 작은 촛불을 모아 청계광장을 환하게 밝혔다.
초등학생 아들과 딸을 데리고 청계광장을 찾은 박항재(44) 씨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아이들과 나왔다"면서 "아이들이 촛불을 보고 민주주의를 지켜나가 행복한 나라에서 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편과 광장을 찾은 김경희(47·여) 씨는 "촛불대회에 여러 번 참석했는데 할 때마다 아직 민주주의가 살아 있다는 기쁨을 느낀다. 정의는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희(58·여) 씨는 "국가 권력을 이길 수 있는 건 조직된 시민의 힘"이라면서 "10일 열리는 촛불대회에도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다짐했다.
장모(55) 씨는 "사람들이 모여 힘들게 힘을 쓰지 않아도 나라가 잘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시민들이 애를 쓰는 만큼 국정원 사건이 순리에 맞게 해결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무더위 속에서 대부분의 참가자가 끝까지 자리를 지킨 가운데 촛불대회는 오후 9시쯤 별다른 충돌 없이 오는 10일 열릴 예정인 6차 국민촛불대회를 기약하며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