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눈총을 받아야 했던 '그것'들이 TV 속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때 군대는 여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대화 소재로 불렸다. 독거남의 생활은 다른 사람들에게 감추고 싶은 치부였고, '처가와 화장실은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처가에 대한 얘기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여기에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노인에 대한 얘기 역시 쉽게 수다로 떠들 수 있는 소재가 아니었다. 금기 아닌 금기였던 셈.
그런데 이런 것들이 예능을 통해 깨지고 있다. 요즘 떠오르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그동안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 군대의 진정성으로 여심을 훔치다…'푸른거탑', '진짜사나이'
군대 얘기, 축구 얘기,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만 하면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는 친구가 된다. 그렇지만 이는 여자들 앞에서는 절대 꺼내지 말아야 할 대화 소재로 꼽혔다. 여자들은 군대 문화를 경험하기 어려운 만큼 공감할 수 없기 때문. 지루한 대화를 피하기 위해선 지양해야할 주제였다.
때문에 tvN '푸른거탑'이나 MBC '일밤-진짜사나이'가 처음 출범할 때까지만 해도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진정성 있고, 허를 찌르는 군대 생활담에 여자들이 더 크게 반응하고 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푸른거탑'의 내부 시사회를 하더라도 여성 직원들의 반응이 더 뜨거웠다"며 "남성들에겐 익숙한 군대가 새로운 조직에 대한 호기심으로 여성 시청자들에게 통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지질한 독신남의 사생활을 공개합니다…'나 혼자 산다'
혼자 사는 남자의 생활 역시 남들 앞에 내보이기엔 부끄러운 소재였다. 그렇지만 MBC '나 혼자 산다'의 선전은 이런 부끄러움까지 재미로 승화시키면서 금요일 밤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나 혼자 산다'는 김태원, 이성재, 김광규, 데프콘, 강타 등 혼자 사는 남자 5인방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진행자 노홍철까지 합류해 혼자 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가감 없이 선보인다.
기러기 아빠와 노총각들이 선보이는 진솔한 생활기에 시청자들은 공감을 표했다. 전통적인 강자 KBS 2TV '사랑과 전쟁'과 든든한 게스트로 무장한 SBS '땡큐'를 제치고 매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난 26일 방송은 자체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하며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 어색한 조합이 재미로…'자기야', '꽃보다 할배'부부간의 묵힌 이야기를 풀어냈던 SBS '자기야'는 6월부터 '자기야-백년손님'으로 타이틀을 변경하고 사위가 부인 없이 처가댁에서 생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백년손님'이라는 말처럼 사위와 장모는 가깝고도 먼 사이다. '자기야'는 이 어색함에 초점을 맞추고 재미를 주고 있다. 새 단장을 마친지 얼마 안됐지만, 목요일 밤 시청률 1위를 지키고 있는 KBS 2TV '해피투게더3'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