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어 싹쓸고 금어기 무시…무법자 강태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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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역풍⑤]고성방가에 주먹질까지…'진상' 낚시꾼들로 몸살

바야흐로 '아웃도어 열풍'이다. 등산 인구 1500만명에 낚시 인구 1000만명, 캠핑 인구도 어느덧 250만명에 육박한다. 대규모 인파가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우리 산하(山河)는 주말마다 몸살을 앓는다. 불륜과 허영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CBS노컷뉴스는 '아웃도어 역풍'을 5회에 걸쳐 집중 진단한다[편집자주].

<싣는 순서="">
①아웃도어 열풍에 쓰레기 뒤덮이는 山河
②'힐링'인가 '불금'인가…'떼캠' 누비는 캠핑촌
③'커피 아줌마'와 '불륜 산악회'를 아시나요
④뒷산 가도 히말라야급 장비…허세의 아웃도어
⑤치어 싹쓸고 금어기 무시…무법자 강태공들<끝>

평일 낮 평화로운 분위기의 인천 연안부두 낚시터. 주말 밤에는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의 고성방가로 몸살을 앓는다.

 



고요한 수면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망중한을 즐기는 강태공들은 하천이나 바닷가 방파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고성방가는 물론 주먹까지 휘두르는가 하면, 법적으로 채취가 금지된 치어를 싹쓸이하는 일부 '진상' 낚시꾼들로 전국의 강과 바다가 몸살을 앓고 있다.

◈ 대낚시, 민장대 낚시로 치어 싹쓸이

수산자원관리법에는 어족 자원의 보호를 위해 어종마다 일정 크기 이하의 치어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우럭(조피볼락) 23cm, 넙치(광어) 21cm, 감성돔 20cm, 방어 30cm 이하는 치어로 분류돼 '손맛'을 봤더라도 방생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기면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도, 단속하는 사람도 찾기가 쉽지 않다.

낚시 경력 10년 차인 안모(36) 씨는 치어를 싹쓸이하는 낚시꾼만 보면 분통이 터진다.

안 씨는 "낚시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기준을 잘 몰라 치어를 잡아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가족 단위로 와서 아이들이 낚아 방생하지 않는 경우는 차라리 애교"라고 말했다.

안 씨는 "진짜 문제는 치어만 낚는 전문 꾼들"이라며 "태안 같은 곳에 치어 방류 사업을 하는 데만 찾아가 낚는 사람들도 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전문꾼들은 대낚시나 민장대 낚시로 지형적인 특성을 이용해 치어들을 낚는다.

천적들을 피해 가까운 연안의 숨기 편한 돌무더기를 찾은 치어를 노려, 수심 2~3m에 맞춰 생미끼를 사용해 무더기로 낚는다고 낚시인들은 증언한다.

안 씨는 "치어를 낚는 꾼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싸움만 난다"면서 "해경에게 신고했더니 그냥 웃고 넘어간 경우도 봤다"고 황당해했다.

수산자원관리법에 규정된 치어 기준

 



◈ "제발 쏘가리 금어기를 지킵시다"…공허한 울림

금어기를 무시하는 낚시꾼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 마찬가지다.

쏘가리는 특유의 '손맛'에 '입맛'도 훌륭해 강태공들 사이에서는 '쏘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 있는 어종이다.

쏘가리는 남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해 전라도와 경상도는 4월 20일에서 5월 30일까지,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는 5월 1일부터 6월 10일까지 산란기에 포획이나 채취가 금지돼 있다.

하지만 금어기에 전문적으로 쏘가리를 남획하는 포획업자들은 팀을 짠 뒤 야간에 배를 띄워 전자총 등 최첨단 장비를 동원해 불법행위를 한다.

전문 포획업자들이 아니더라도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은 금어기에 낚인 쏘가리를 놔주지 않고 가져가는 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낚시 동호회를 중심으로 '"제발 쏘가리 금어기를 지킵시다"는 '처절한'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지만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한 낚시 블로거가 올린 쏘가리 금어기를 지키자는 당부

 



◈ 음주 고성방가·관리인 폭행…'무법 지대' 인천 연안부두

치어 싹쓸이나 금어기 무시는 선의의 낚시꾼들에게 간접적인 피해를 주지만, 낚시터 음주나 고성방가는 직접적인 피해를 가져온다.

4년째 인천 연안부두를 관리하고 있는 인천시 중구 새마을협의회 연안동 회장 조호석(39)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조 씨는 "일부는 캠핑카를 몰고 와서 2박 3일 동안 머물며 음주 가무를 즐긴다"며 "결국 다른 낚시꾼들이 서로 어울리며 술판이 커지면 바로 그게 고성방가"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몰지각한 낚시꾼들의 행패는 때로 폭력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한 공공근로자는 "막걸리 한 잔 먹으라"는 만취한 낚시꾼의 권유를 "근무시간이라 안 된다"고 거절했지만, 이에 흥분한 낚시꾼이 뒤따라가 주먹을 휘둘러 부상을 당하고 안경까지 깨졌다.

조 씨도 고성방가하는 낚시꾼 일행에게 "공공질서를 지켜달라"고 요구했다가,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며 집단폭행을 당해 손가락 골절까지 당했다.

조 씨는 "하도 멱살잡이를 당해 목이 늘어나고 찢긴 옷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며 "아예 좋은 옷을 입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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