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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부터 안면도까지…물에 휩쓸린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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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과 의사소통의 단절이 불러온 참사들

무고한 생명들이 또 다시 물길에 휩쓸려 목숨을 잃었다.

노량진 수몰사고에 이어 충남 태안에 위치한 사설 해병대 캠프의 고등학생들이 물속에서 죽거나 사라진 것. 현재 실종자 5명 중 2명의 시신이 발견된 상태다.

이 비극적인 사고들은 모두 예견된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된 점에서 닮아있다.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장례식장에 노량진 수몰 희생자 7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지난 15일 노량진 상수도관 이중화 공사 현장에서는 한강물 60톤이 유입돼 인부 7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 직후, 이들이 ‘한강 팔당댐 방류량이 증가할 경우 공사를 중단한다’는 대피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인재’의 가능성이 대두됐다.

공사와 관련된 서울시, 감리회사, 시공사는 화살이 쏟아지자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사 발주처인 서울시는 아무 이상 없다는 전화 통화를 받고, 사고 당일 오전 공사 진행을 승인했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이번 공사는 감리회사가 설계와 안전 전반을 책임지는 책임감리제 공사"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사 전반을 감독하는 감리회사는 ‘매뉴얼대로 움직였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업 중단을 직접 지시하거나 인부들의 철수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건화의 이명근 감리단장은 "12시쯤 현장에 갔을 때 역류할 수 있는 높이가 1m 이상 남아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인부들이) 빠져나온 것으로 알았다"고 전했다.

현장소장은 인부가 찍어 스마트폰으로 전송한 범람 위기의 사진을 보고 작업 중단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것에 있었다.

박종휘 현장소장은 "(하청업체인) 동아지질 관리자에게 작업을 임시 중단하라고 지시했지만 (이 지시가) 현장의 근로자들에게 내려졌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동아지질 측은 철수하라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사 관련자들의 안전불감증과 의사소통의 단절이 결국 이 같은 참사를 빚은 것이다.

경찰이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실종자의 시신을 인양하고 있다. (정세영 기자/자료사진)

 

해병대캠프 사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해병대캠프에 참가한 공주사대부고 남학생 5명은 18일 오후 5시쯤 충남 태안군 안면읍 유스호스텔 후문 앞 바닷가에서 래프팅 훈련을 하다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사고의 경위는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단 학생들이 깊은 수심과 강한 파도에 휩쓸린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런데 당시 사고현장에 있던 해수욕장 관계자가 캠프 측의 안전관리 소홀에 대해 지적하며 ‘인재’의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해수욕장 관계자는 훈련 인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구명보트, 캠프 측 안전관리자의 부재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윤현돈 태안군 해수욕장연합회장의 말은 ‘인재’의 가능성을 더욱 확고하게 굳혔다.

윤 회장은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며 “바다에 서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이 문제가 있었던 것을 본다”라고 밝혔다.

윤 회장에 따르면 이미 훈련 전날인 17일 안면도 지역에서는 약 148mm 정도의 폭우가 오전까지 내렸다. 또 파도가 높아 파랑주의보가 갑자기 떨어진 상황이었다.

윤 회장은 래프팅을 만류하기 위해 해수욕장 안전 관리자를 해병대 캠프로 급파했다. 그러나 업체에서는 오히려 안전 관리자를 비아냥거리며 충고를 거부했다. 결국 윤 회장은 안전 관리자에게 해경으로의 연락을 요청했지만 이 지시가 잘 연결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전날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학생들은 바다에 진입했다.

윤 회장은 “구조안전선이 한 척밖에 안 돌아다니는 걸로 보이는데 200여명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배가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그는 해병대 캠프를 포함, 해수욕장 이용객들에게 ‘모두 물 밖으로 나와 달라’는 방송을 했고, 그 직후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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