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두 흑인 소녀가 넬슨 만델라(95) 전 대통령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기 위해 요하네스버그 인근 소웨토에서 14시간 동안을 걸어 그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15일 일간 프리토리아뉴스와 뉴스통신 사파에 따르면 시넨흘란흘라 마지부코(13)와 만디사 미야(12)는 지난 12일 오후 8시께 만델라가 입원한 수도 프리토리아의 메디클리닉심장병원에 도착했다.
소웨토의 장거리 달리기 동아리 동료인 두 흑인 소녀가 코치 마코손케 지칼랄라와 함께 소웨토를 나선 것은 12일 오전 6시께.
남아공 민주화를 위해 일생을 헌신한 고령의 만델라가 병원에 입원해 위독한 상황에서 그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것이었다.
"그(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이 우리나라에 영감을 불어넣었고 우리도 감사의 표시로 그가 입원한 병원까지 긴 여정을 걷기로 했습니다."
코치 지칼랄라는 이렇게 취지를 설명했다.
만델라는 지난 1994년 자신의 일생을 정리한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LONG WALK to FREEDOM)을 펴낸 바 있다.
지칼랄라는 또 프리토리아까지 먼 길을 걸으며 겪는 고통을 통해 만델라가 민주화 투쟁을 벌이며 겪은 어려움을 함께 느껴보자는 의미도 깔린 것으로 소개했다. 만델라는 백인 정권 치하에서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으며 이 가운데 약 13년 동안을 채석장에서 노역을 해야 했다.
마지부코 일행이 프리토리아에 들어서 저녁 끼니를 때우고 병원에 도착한 것은 같은 날 저녁 8시께였다. 긴 하루였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 정문 앞에서 만델라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올렸다.
소웨토에서 프리토리아까지 거리는 100㎞가 약간 넘는다.
앞서 두 소녀는 걷다가 지쳐 길에서 쉬기도 했다. 지칼랄라는 그들에게 차를 잡아타고 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어린 소녀들은 끝내 이를 거부했다.
지칼랄라 일행이 밤을 지내기 위해 병원 앞에서 텐트를 치려 하자 병원 경비원이 다가와 자초지종을 들은 뒤 병원에 보고했고 병원 측은 이들에게 병원 구내에서 잠을 자도록 편의를 제공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걷고 나서 야외에서 잠을 잘 수는 없다는 배려에서였다.
두 소녀는 다음날인 13일 병원 정문 옆 담벼락인 '기원의 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메디클리닉심장병원 정문 옆 담벼락에는 그동안 남아공 국내외의 사람들이 부착한 만델라의 쾌유를 기원하는 풍선과 꽃다발, 편지 등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만델라는 15일로 38일째 입원해있다. 그는 폐 감염증이 재발해 지난 6월8일 입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