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테러 라이브'의 주연 하정우(왼쪽)와 김병우 감독. 사진=이명진 기자
충무로의 대세 하정우가 올 여름 가장 어려운 흥행대결을 펼친다.
하정우가 주연한 '더 테러 라이브'가 올 여름 최고 기대작 중 한편인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와 같은 날인 8월1일 개봉하게 된 것.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촬영 중이라 민머리로 등장한 하정우는 10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브이홀에서 열린 '더 테러 라이브' 제작보고회에서 "많이 받고 있는 질문"이라며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 다 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은 평소 존경하고, 기회가 되면 작업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주 앞서 개봉하는 미스터고는 '국가대표'를 함께 작업한 김용화 감독의 작품이고, 개인적으로도 친한 선후배사이다. 우리 영화는 제작사 씨네2000의 미래를 책임지는 부분이 있다. 손해 보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동안 노력한 것들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더 테러 라이브는 한강 마포대교 폭탄테러라는 최악의 재난사태를 뉴스앵커가 독점생중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불미스런 일로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밀려난 국민앵커 윤영화를 연기했다.
그는 생방송 진행 중 신원미상의 청취자로부터 협박전화를 받고 마포대교 폭발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순간 지금의 위기를 자신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는 윤영화는 마감뉴스 복귀조건으로 보도국장과 물밑 거래를 시도하고 테러범과의 전화통화를 독점 생중계한다.
무엇보다 한강 폭탄테러를 독점 생중계한다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영화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되는 생방송을 관객들로 하여금 실시간으로 시청하게 하는 독특한 체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주연배우 하정우는 이 생방송을 이끌어가는 앵커로서 전화기 건너편의 테러범과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면서 원맨쇼에 가까운 연기를 펼친다.
하정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인물만 나오는데도 영화가 굉장히 빨리 흘러간다"며 "짜임새 있는 이야기였고, 극적인 긴장감이 굉장히 놀라웠다"고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상을 밝혔다.
"무엇보다 (신인 김병우 감독)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품을 어떻게 준비했고 분석했으며 각 장면마다 윤영화란 인물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그래프까지 작성해 자료로 전달해줬다.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그렇게 정리해놓은 자료가 작품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고립된 장소에서 혼자서 연기하는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거의 95%를 방송 부스 안 책상에 앉아서 연기했다. 많이 답답했다. 연기도 상체로 국한돼있으니까 어떻게 연기변화를 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 영화는 신이 아니라 챕터로 구성돼있다. 챕터가 10분-12분 분량으로 나눠져 있는데, 그걸 연극하듯 쭉 이어서 연기했다. 카메라가 많게는 5개가 돌아갔다."
고학력자인 앵커를 연기하게 된 소감도 전했다. 하정우는 앞서 변호사나 북한첩보원 등 엘리트를 연기한 적이 있지만 그보다는 연쇄살인범, 깡패, 노동자 등 밑바닥 인생을 더 많이 연기했다.
그는 "오랜만에 서울말을 하는구나"하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사량이 너무 많고, 앵커라 바른말을 구사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것도 ‘다나까’로 끝나는 말을 그야말로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오로지 연습이 답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됐을 때 당시 손석희 아나운서의 속보 등을 참조했다"고 녹록치 않았던 작업을 회상했다.
이 영화로 데뷔하는 김병우 감독은 "솔직히 대사의 7할 이상이 하정우 대사라서 컨닝 페이퍼를 준비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하정우가 그냥 해보겠다고 해서 속으로 무슨 베짱인가 생각했다. 막상 촬영장에서 혼자서 원맨쇼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다른 누가 이 배역을 할까 생각했다"고 감탄했다.
김 감독은 또한 "하정우가 거친 이미지가 있어서 점잖은 앵커를 하기에 부적절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었다"며 "저 역시 시나리오를 쓰면서 하정우가 아닌 다른 배우를 물망에 올렸다. 하지만 그건 제 판단착오였다. 하정우가 이 역할을 함으로서 영화가 훨씬 스펙터클하게 나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신인감독으로서 충무로 대세 하정우에 대한 부담감도 인정했다. 그는 "솔직히 처음에는 부담도 됐다. 하지만 처음 만나서 30분 만에 하정우의 소탈한 모습에 긴장이 풀렸다. 촬영에 앞서 약 한 달간 영화사로 출근하며 함께 영화를 준비했는데 집에서 걸어 다녔다"고 하정우의 소탈한 면모를 전했다.
하정우도 김감독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철저한 준비와 뚜렷한 주관을 가진 감독"이라며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또 작업하고 싶다. 저를 너무 열심히 하게 만든 사람"이라고 밝혔다.
하정우는 그동안 ‘범죄와의 전쟁’ 윤종빈 감독,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 등 재능 있는 신인감독의 데뷔작을 함께 했다. 이번에도 걸출한 신인감독의 탄생을 함께 한 배우로 기록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