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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야생화에 취하다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 일대가 여름 꽃으로 단장하기 시작했다. 이 일대는 국내 최대 야생화 군락지로 꼽힌다. 이 일대에서 야생화가 가장 많이 피는 시기는 5월부터 7월 초순까지다. 복주머니란, 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을 비롯한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능선과 계곡을 빼곡히 수놓는다.

금대봉에서 대덕산으로 이어지는 산릉 동쪽 일원은 환경부가 1993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 관리하는 지역으로 1000여 종류에 가까운 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지금 이곳이 여름에 접어들면서 천상화원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금대봉과 대덕산 사이의 분주령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산초원이다. 두문동재에서 금대봉 옆을 지나 분주령으로 가는 길은 능선을 따라 이어지기 때문에 힘들이지 않고도 야생화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백두대간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금대봉을 거쳐 분주령, 대덕산 정상을 올라 한강 발원지로 유명한 검룡소 오름길로 돌아오는 약 10km 트레킹 코스를 밟았다.

 

야생화 트레킹이 시작되는 백두대간 두문동재는 고려의 마지막 유신들이 이성계를 피해 세상과 담을 쌓고 살겠다며, 백두대간을 따라 흘러들어 두문불출했다고해서 두문동이라는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또한 정선과 태백을 잇는 고개로 '싸리재'라고도 부른다.

두문동재는 정상이 해발 1268m로, 영월군 상동읍과 정선군 고한읍을 잇는 만항재(1330m)에 이어 우리나라 안에서 두번째로 높은 고갯길이기도 하다.

38번 국도 두문동재터널 2개가 일방통행도로로 뚫리면서 태백에서 두문동재로 바로 연결되는 도로가 차단됐고, 고한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두문동재터널 입구에서만 고갯길로 갈 수 있게 됐다.

자동차로 터널 앞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4㎞쯤 오르면 백두대간 두문동재 정상을 만난다.

고갯길 양쪽으로는 자작나무숲이 장관이다. 두문동재 정상은 금대봉(1418m)과 은대봉(1442m) 사이에 있다. 남쪽으로 내려오면 은대봉이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금대봉이다.
금대봉과 은대봉의 이름은 신라 선덕왕 때 지장율사가 함백산 북서쪽 사면에 정암사를 창건하면서 세운 금탑, 은탑에서 이름이 유래됐다.

금대봉과 대덕산(1307m) 일대 415만8000㎡는 봄부터 가을까지 수많은 야생화가 피기시작하는데, 노란무늬 붓꽃과 한계령풀 등 멸종위기식물을 비롯해 400~500여 종의 야생화가 자생해, 사진 촬영과 트래킹 명소로 인기가 높다.

특히, 금대봉과 대덕산 사이에 자리한 분주령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고산 초원으로 유명하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코스가 이어지기 때문에 많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야생화를 만끽할 수 있다.

시기별로 피는 야생화도 조금씩 다르다. 발길 닿는 길목에는 이름 모를 들꽃과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숲길을 따라 걷노라면 하늘나리, 개망초는 물론이거니와 산딸기까지 지천이다.

김삼구 태백 문화관광해설사는 "봄부터 가을까지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야생화가 이 고원에서 발견된다"고 말한다.

분주령 숲길 곳곳에는 누군가 흙을 파헤친 모습을 자주 만난다. 멧돼지의 흔적이다. 숲에서 멱을 감듯 몸을 뒤챘는지 뻘건 흙이 드러나 있다. 당장은 보기 싫지만 다음 생태계를 위해서는 좋은 현상이란다. 야생화들이 자라기에 좋은 환경이 많들어지는 것이다.

분주령에선 대덕산 정상과 검룡소 쪽으로 내려가는 길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체력이 된다면 대덕산을 올랐다 가는것이 좋고, 바로 검룡소로 내려서도 아쉬울 것은 없다.

분주령을 지나 대덕산 정상을 향하는 길목에는 이깔나무들로 빼곡하다.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주변에는 제비난초와 산꿩의다리가 지천에 피어 있다. 신갈나무에 뿌리를 박고 귀생하는 산일엽초의 모습은 희귀하기까지 하다.

"줄기를 쭉 뽑으면 국수가 나와요. 신기하죠. 국수나무는 다른 야생화와는 달리 등산객들이 다니는 길가에 흔히 피어있어서 산에서 길을 잃으면 국수나무만 찾으면 조난을 면할 수 있어요"

김삼구 해설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국수나무들이 나그네의 방문을 환영하듯 길을 내어준다.

능선에서 따라 대덕산 정상에 당도했다. 대덕산 정상은 천상의 화원이다. 시기별로 피는 야생화도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은 개망초, 개까치수염, 범 꼬리, 국수나물, 날개 하늘나리, 눈빛승마 일월비비추, 산꿩의다리 등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정상에서 검룡소 오름길로 내려가는 길목에도 여우오줌, 흑쐐기풀, 짚신나물 등 갖가지 토종 야생화들이 반기며 웃고 있다.


여행 Tip

▲여행 수첩
차로 접근이 가능한 두문동재(싸리재·1268m)를 기점으로 잡으면 2시간 정도 짧아진다. 금대봉~분주령~대덕산~검룡소주차장 코스는 9.4㎞ 약 4시간. 주차장 500m 위쪽 갈림목에서 개울 건너 골짜기 안에 위치한 검룡소(儉龍沼)도 꼭 들르도록 한다. 한강 발원지로서 하루 2000t의 물이 샘솟는다.

▲야생화 트레킹
금대봉~분주령~대덕산은 환경부가 생태관광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5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개방하며, 11월1일~12월15일 45일 동안 산길이 폐쇄되니 이 기간은 피해야 한다. 태백시에 입산 신청을 해야 산행이 가능하다. 1일 제한인원 300명. 태백관광 홈페이지(tour.taebaek.go.kr)→'사전예약제 클릭하기'→'신청하기' 순으로 신청하면 된다. 매달 20일부터 다음 달 예약 가능하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만종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갈아타 제천 나들목으로 나와서 영월로 가는 38번 국도를 탄다. 정선 사북, 고한을 지나 태백으로 관통하는 두문동재터널 앞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옛길을 따라 고갯마루까지 올라가면 두문동재 정상이다. 고개 정상에서 오른쪽으로는 은대봉을 지나 함백산을 넘는길이다. 왼쪽길이 금대봉을 지나서 분주령, 대덕산으로 가는 길이다. 태백시 문화관광과(033)550-2081
 
▲먹거리
태백에는 육질 좋은 한우를 연탄불에 구워먹는 식당이 많다. 태백실비식당식육점(033-553-2700) 등이 유명하다.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닭갈비도 태백의 별미다. 태백닭갈비(033-553-8119) 등이 맛깔스럽게 음식을 내놓는다.
 
▲볼거리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과 예수원,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매봉산 바람의 언덕, 철암마을, 상장동 남부벽화마을, 귀네미마을 등도 둘러볼만 하다. 내달 1일부터 3일까지 강원 태백시 중앙로 일대에서 태백 워터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기간 오투리조트 스키하우스 앞 광장에서는 한여름밤 야외 영화제인 '태백 쿨 시네마 페스티벌'이 진행된다.

▲숙박
해발 700m 고지에 조성된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82-7440, forest.taebaek.go.kr)과 태백관광개발공사가 운영하는 오투리조트(033-580-700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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