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아시아나 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기에 탑승했던 승객이 특별기를 타고 귀국해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윤성호기자)
"착륙 4~5초 전에 속도가 붙었다. 두 번 충격이 있었는데 몸이 튕길 정도였다"
지난 7일 새벽(한국 시각) 착륙도중 사고가 난 아시아나 여객기 탑승객 11명이 8일 오후 귀국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7일 오전 10시(현지 시각) 아시아나 특별기 OZ 2134 편으로 출국한 이들 탑승객들은 예정보다 약 18분 늦은 8일 오후 3시 44분에 도착했다. 이날 특별기에는 사고 난 항공기를 이용해 국내로 들어오기로 돼 있던 승객들도 함께 탑승했다.
승객들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아직도 아찔하기만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인해 부상을 입은 탑승객 김모 씨 등 2명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대기중이던 구급차를 타고 가까운 병원으로 후송됐다.
김 씨는 외투에 달린 모자로 얼굴을 가린채 "목이랑 등이 아프다"며 사고 당시 악몽이 떠오르는 듯 말을 아꼈다.
결혼 1년차로 남편과 샌프란시스코에 여행을 갔다는 최모(28, 여) 씨는 "일반 기내방송이 나온 뒤 착륙 4~5초 전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더니 두 번의 충격이 왔다"면서 "두 번째 충격은 몸이 튕길 정도로 강했다"며 아비규환의 장면을 현장감있게 증언했다.
최 씨는 "두번 째 충격이 있기 전 기체에 불이 붙은 것 같았고 엔진 쪽 창문에서 불이 난 것을 봤다"며 "여권도 다 없어지고 출국하자마자 몸과 정신이 다 피해가 크다. 교통사고 난 것처럼 온몸이 아프다"며 사고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여객기 비즈니스 석에 타고 있었던 황모 씨는 "사고 뒤 간 병원에 30여명이 입원해 있었고 당시 인공호흡기를 단 환자도 있어서 놀랐다"며 "사고 당시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는데 하룻밤 자고 나니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인과 함께 여행중이었다는 한 승객도 "사고 당시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시아나 직원들의 태도가 호의적이었다"면서 "기초 검사는 받았는데 일단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기적같이 다시 고국 땅을 밟은 탑승객들은 악몽과도 같았던 시간을 뒤로하고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지난 7일 탑승객 가족 2명이 미국 현지로 출발한 데 이어 이날은 가족 20여 명이 추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