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맷집이 또 다시 빛을 발했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이 숱한 위기를 슬기롭게 넘겨냈다.
류현진은 30일(한국 시각)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탈삼진 7피안타 3볼넷 2실점 호투를 펼쳤다. 최근 7경기 연속이자 올 시즌 16번 등판에서 13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다.
그야말로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류현진은 이날 6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1, 3회 체이스 어틀리에게 내준 솔로 홈런 2방을 빼면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다.
2회 류현진은 1사 후 벤 리비어에게 2루타를 맞아 득점권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이후 카를로스 루이스와 클리프 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4회도 델몬 영에게 볼넷, 리비어에게 안타를 내주며 1사 1, 2루에 몰렸다. 그러나 역시 루이스와 리를 뜬공을 잡아내 위기에서 벗어났다.
5회도 류현진은 2사 후 지미 롤린스에게 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자는 내셔널리그 홈런 1위(21개) 도모닉 브라운. 그러나 류현진은 3루수 후안 유리베의 도움을 얻어 땅볼로 브라운을 처리했다.
6회가 압권이었다. 첫 타자 델몬 영을 볼넷으로 내보낸 류현진은 존 메이버리를 투수 앞 병살타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다. 이후 리비어에 2루타를 맞았지만 루이스를 고의 4구로 내보낸 뒤 상대 투수 리를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다. 마지막 이닝인 7회에야 이날 첫 삼자 범퇴를 잡아냈다.
▲병살타 유도 NL 1위…만루 피안타율 '0'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 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앞선 경기까지 피안타율 2할4푼1리로 내셔널리그 23위, 이닝당 출루허용률 1.22로 31위에 불과하지만 평균자책점(2.85)은 12위로 상대적으로 순위가 높다.
득점권에서 웬만하면 맞지 않는다. 주자 2루 이상의 득점권에서 류현진의 피안타율은 2할1푼9로 떨어진다. 주자의 빠른 스타트로 실점 확률이 더 높은 2사 득점권에서는 피안타율 1할7푼2리에 불과하다. 특히 만루에서는 올 시즌 9번 가운데 안타를 1개도 내주지 않았다.
무엇보다 병살타 유도가 많다. 류현진은 올 시즌 15개의 병살타를 이끌어내 내셔널리그 전체 1위다. 이날 선발 대결을 펼친 클리프 리와 리그 다승 1위(11승) 애덤 웨인라이트(세인트루이스) 등 정상급 투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위기 상황에서 그만큼 집중력이 좋다는 의미다.
류현진은 안타를 많이 내주면서도 퀄리티스타트 이상 투구를 펼친 적이 적잖다. 지난 25일 샌프란시스코전 6⅔이닝 8피안타 4볼넷, 13일 애리조나전 6이닝 11피안타 2볼넷에도 3실점으로 막아냈다.
데뷔전인 지난 4월 3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도 류현진은 6⅓이닝 10피안타에도 1자책으로 막아냈다. 꽤 많이 얻어맞기는 하지만 끝내 쓰러지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메이저리그 첫 해임에도 꿋꿋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는 류현진.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괴물의 맷집 행진이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