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부산에서 발생한 이른바 '시신없는 살인'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피의자 손모(여.44) 씨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보험금을 노리고 노숙인을 살해해 화장한 뒤 자신의 시신인 것처럼 속인 혐의(살인 등)로 기소된 손 씨에 대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살해 동기가 충분하고, 다수 보험 가입 후 피해자에 접근한 점, 독극물 검색 내용과 피해자 사망 당시 증상이 일치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밝혔다.
1억원 가량의 채무에 시달리던 손 씨는 2010년 3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해 7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같은해 6월16일 대구의 한 여성노숙자쉼터에서 연고가 없는 김모(26) 씨를 만나 자신을 부산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라고 소개하고는 일자리를 주겠다며 김 씨를 부산으로 데려왔다.
다음날인 새벽 김 씨는 손 씨의 차 안에서 사망했으며 손 씨는 이미 숨진 김 씨를 병원 응급실로 데리고 가서는 자기가 사망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병원에 접수시켰다.
손 씨는 김 씨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고 속여 사체검안서를 받은 뒤 시신을 화장해 바닷가에 뿌렸다.
그리고 같은 해 7∼9월 자신의 어머니에게 사망신고를 하도록 한 뒤 보험금 600만원을 받았고 다시 2억5000만원을 추가로 신청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손 씨가 이혼, 사업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자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연고가 없는 여성 노숙인을 살해한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낼 계획을 세웠다며 손 씨에 대해 살인과 사체은닉,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손 씨는 자신이 목숨을 끊을 생각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며 인터넷에서 독극물 등을 검색한 것도 자살할 방법을 알기 위해서였다고 항변했다.
법원은 그동안 손 씨에 대해 무기징역과 징역을 오가며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살인 혐의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살인 혐의를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로 판단하고 사체 은닉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인의 범행방법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돌연사 내지 자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흠이 있다며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에 피기환송부 재판부는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할 동기는 충분히 있다"며 1심과 같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손 씨는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무기징역을 확정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