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미끼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미혼 여성들을 꾀어 억대 금품까지 뜯은 '문어발 제비족'이 경찰에 구속됐다.
이 남성은 피해 여성뿐 아니라 다른 두 여성과 이미 사귀고 있었고, 아이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A(33·여) 씨는 신모(33) 씨와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비록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냈지만 이 남자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서 번듯한 고깃집도 운영한다고 했다. 서류상 주인이 동생 이름으로 돼 있지만 운영을 본인이 직접 한다고도 했다.
다만 신용불량자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신 씨가 솔깃한 제안을 했다. 1억 원을 만들어 투자하면 10억 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1억 원을 만들기 위해 먼저 휴대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자동차를 일단 할부로 산 뒤 팔고, 신용카드를 주면 대출 한도를 올려 돈을 마련해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돈을 모으면 양가 부모와 상견례도 하고 결혼도 하자는 달콤한 속삭임에 A 씨는 신 씨에게 이 모든 것을 넘겼다.
A 씨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 2대로 사용요금만 218만 원이 나왔다. 신용카드 3장으로 2500만 원을 결제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 씨는 A 씨의 명의로 시가 3200만 원가량의 그랜져HG 차량과 3700만 원가량인 아우디 2.0 콰트로 차량까지 할부로 구입했다.
사랑에 눈이 멀었던 A 씨는 신 씨가 돌연 연락을 끊자 이 모든 것이 사기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경찰 조사 결과 신 씨는 A 씨에게 모두 100여 차례에 걸쳐 모두 1억 2500여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신 씨를 고소했지만, 경찰에서 상상할 수도 없었던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신 씨가 자신을 만나는 동안에도 이미 동거녀가 있었으며, 또 다른 대학생에게도 2000여만 원을 뜯어냈다는 것. 특히 동거녀 사이에서는 아이까지 태어났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신 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 씨는 큰 키에 수려한 외모로 뜯어낸 돈과 고급 승용차로 20~30대 여성들에게 나이까지 속이고 접근했다"면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