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원의 He스토리]‘피눈물’을 보는 한국-이란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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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의 문화차이가 만든 과열양상

11일 오후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한민국 대표팀의 손흥민-김신욱이 기뻐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한국 축구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금자탑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월드컵에 8개 대회, 32년 동안 빠짐 없이 출전하는 이 기록은 아시아 최초이자 세계 축구강국 중에서도 몇 없는 엄청난 기록입니다.

현재 아시아 최종예선 A조에서 선두에 올라있는 한국은 본선 진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사실상 한국과 함께 조 2위 이란과 3위 우즈베키스탄 가운데 어느 팀이 본선으로 함께 갈 것인지 여부가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덕분에 한국과 이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더 큰 관심 속에서 치러지게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양국의 경기를 앞두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습니다.

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가 끝난 뒤 최강희 감독이 했던 발언이 시발점이 됐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기자가 “월드컵에 우즈베키스탄, 이란 중 어느 나라와 함께 가는 것이 좋냐?”는 물음에 최강희 감독은 “반드시 이란에 아픔을 줘야 한다”고 답한 것부터 모든 사건이 촉발됐습니다.

최강희 감독의 발언이 이란으로 건너갔고, 한국으로 떠나기 앞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최강희 감독은 한국 축구를 욕되게 했다”면서 “이란의 모든 축구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정도는 마지막 경기를 앞둔 양 국 감독의 설전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간판선수인 손흥민(레버쿠젠)과 자바드 네쿠남(에스테그랄)까지 가세하면서 문제는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한국과 이란의 경기는 단순한 축구경기 이상으로 과열되어 버렸습니다. 그 동안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 이란 선수단을 만날 기회가 적었던 탓에 커져갔던 궁금증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지난 1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느 정도 해소됐습니다.

약간의 농담이 섞였던 최강희 감독과 손흥민의 발언이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표면적인 의미 그대로, 그래서 의도했던 이상의 뜻으로 이란에 전달된 탓에 오해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화제가 됐던 손흥민의 ‘피눈물’ 발언의 경우 우리 문화권에서는 굳은 각오를 표현하는 상황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이 단어가 이란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피’와 ‘눈물’이라는 의미가 다소 과격하고 예민한 뜻으로 전달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개석상에서까지 상대 감독과 선수를 비하하는 몰지각한 행동은 하지 않으려는 의도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자회견장에서만큼은 서로의 문화 차이가 만든 의도 이상의 장외설전이었다는 평가가 뒤따랐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라운드 위에서의 일전입니다. 다만 우리 축구대표팀이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그리고 장외설전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이란을 꼭 이겨주기를 축구팬의 한 명으로서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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