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검경의 수사결과 발표와 관련, 민주당이 16일 ''몸통''의 존재를 언급했다.
우선 대선 사흘 전 이뤄진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를 은폐한 허위 발표''로 드러난 만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사건 은폐 지시와 함께 허위 사실을 발표하도록 한 과정에 어떤 배후가 존재하는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김용판 전 청장과 직거래를 한 사람들에 대한 제보가 있다. 김 전 청장의 배후가 몸통"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김용판 전 청장이 최근의 민감한 상황에서도 대구 달서구와 서울에서 출판기념회를 할 정도로 배짱과 협박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 청장이 누군가를 협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피의자인 김 전 청장은 대선 당시 자신에게 수사 방해를 지시한 ''몸통''을 상대로 구명, 혹은 정치적 보장을 위한 시그널을 보낸 셈이 된다.
박 의원은 또 "박원동 전 국정원 국내총괄 국장의 배후에 대한 제보도 갖고 있으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제한다"고 밝혔다.
朴 캠프 개입했나
그렇다면 몸통은 누굴까?
검찰의 기소장에는 김용판 전 청장의 혐의는 자세하게 적시돼 있으나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는 지는 밝히지 못했다. 다만 김용판 전 청장이 "대선에서 특정후보자가 당선되게 하기 위해...(중략)...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수사 공보를 하게 함으로써 선거운동을 하였다"고 선거개입 혐의는 분명히 적었다.
선거를 사흘 앞두고, 그것도 밤 11시에 서둘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놓고 박근혜 캠프와의 사전 교감설이 제기됐다. 민주당에서는 "박근혜 캠프가 김 전 청장에게 모종의 약속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TK(대구경북) 인맥의 개입 여부도 주목된다. 박영선 의원은 "김용판 전 청장과 박원동 국장의 공통점은 TK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 10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 박 국장이 이 사건의 모든 연락을 책임지고 김 전 청장과 직거래를 시작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청장이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달 7일과 15일 출판기념회를 한 장소는 서울과 대구 달서 지역이다. 특히 대구 달서는 김용판 전 청장의 고향으로 향후 재보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김 전 청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국정원에서 근무하다 경찰로 이직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박근혜 캠프 핵심관계자나 TK, 국정원 관계자가 은폐.축소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곽상도 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입설도 흘러나왔다. 곽상도 수석이 국정원 사건 수사팀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거친 언사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인데, 검찰은 즉각 부인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몸통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정부가 과거 이명박 정부가 BBK 사건을 다뤘던 것처럼 한다면 언젠가는 밝힐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라고 경고해 사실상 권력 핵심을 겨냥했다.
앞서 신경민 의원은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용판 전 청장이 (대선 당시)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경찰 조직을 팔아먹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전 청장은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대구달서에서 출판기념회를 했다.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라며 배후설과 빅딜성을 제기했다.
국정조사 놓고 여야 강대강 대립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을 놓고 정치권은 뜨겁게 대립했다.
민주당 국정원사건 진상조사특위 및 법사위원들은 "그동안 지적한 문제점들을 비롯해 추가적인 문제점들을 고려할 때 빠른 시일 내에 국정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영선 의원은 "검찰수사가 끝난 직후 국정조사를 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이 만일 국정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건 수사에 연루돼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에 의한 매관 공작''이라고 주장하며 맞불을 놨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에 의한 국정원 전현직 직원 매관공작 여부,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여부 등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며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에 조속히 출석해 관련 수사에 협조하라"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와 관련,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 문제나 국정원 전현직 직원의 기밀유출 및 민주당 공천 등 거래 의혹 부분의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부분의 수사가 끝나고 나서 국정조사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