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터널을 통과하는 차량들이 요금소 앞에 줄지어 서 있다.(자료사진)
정부가 지난 2000년에 도입한 ''하이패스(Hi-pass)''시스템이 유료터널로의 도입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의 이해관계에 발이 묶이면서 운전자들이 차량정체와 터널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하이패스는 한국도로공사에서 운영하는 통행료 전자 지불시스템으로 고속도로는 100%, 지자체 관할 유료도로는 약 44%가 설치됐다.
출·퇴근 시간과 바쁜 일상에서 좀 더 편리하고 시간까지 단축시켜 주길 원하는 운전자들은 당연히 차를 세우지 않고 요금소를 통과할 수 있는 하이패스 차로를 선호하기 마련.
따라서 3개의 유료터널이 있는 인천에서 하이패스시스템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 연구 결과 인천지역 하이패스 단말기 장착 차량의 비율은 50%를 넘었다.
하지만, 통행료를 현금 또는 교통카드 기능이 내장된 신용카드로만 지불할 수 있어 시민들이 차를 멈췄다 출발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서울 출·퇴근을 위해 하루 2회 만월산 터널을 이용하는 회사원 윤 모(53)씨는 "차량에 하이패스 단말기가 있어도 인천에 와서는 현금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하이패스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은 3개 터널을 합하면 연간 약 1억 5,721억 원으로 추산됐다. (문학 1억 532만 원, 원적산 2,250만 원, 만월산 2,940만 원)
인천발전연구원 석종수 박사팀이 지난해 민자 터널과 관련한 연구 결과 하이패스를 민자 터널에 설치하면 이용자 측면에서 약 40~50% 편리할 것으로 예측됐다.
우면산터널을 이용해 경기 과천과 서울을 오가는 송 모(37)씨도 "통행료를 내느라 차량이 정체될 땐 짜증 날 정도"라며 "업자들의 이해관계에 얽혀 시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처럼 수도권 유료터널 가운데 하이패스가 설치되지 않은 곳은 서울 남산 1·3호터널과 우면산터널, 그리고 인천의 문학터널, 원적산터널, 만월산터널 등 모두 6곳이다.
국토부(2009) 조사 결과 우면산터널과 남산 1·3호터널 등 유료도로 요금소에 하이패스를 설치할 경우 차량 통과 소요 시간이 15초에서 2초로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이패스 이용률은 개통 이후 1주일 만에 약 5%가 급증하고 교통량 처리능력도 최대 3.8배로 높아져 지·정체 시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부산시의 경우, 2009년 광안대로 하이패스시스템을 설치해 개통 당시 17%에서 1년만에 38%로 이용률이 상승하는 등 전체 이용수요는 19.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터널 운영업체들은 재정과 도로 안전 등을 이유로 하이패스 설치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터널과 요금소간 거리가 짧아 하이패스 구간으로 차선을 변경하려다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10억~20억 원의 하이패스 설치비용과 매년 드는 1억 원의 운영비 부담이 크다는 게 이유다.
서울시는 남산 1·3호 터널이 일반 유료도로와는 달리 통행억제 성격의 혼잡통행료가 적용 돼 하이패스 카드와 교통카드의 호환성 문제 때문에 하이패스 설치에 부정적이다.
우면산터널 역시 사고 우려와 카드 간 호환문제 등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이들 민자 터널에 매년 200여억 원의 재정보조금을 지원하는 인천시의 경우, 하이패스 설치비용까지 지원하기에는 큰 부담이라는 것이다.
경기개발연구원 빈미영 박사팀은 사고 우려 보다는 해당 사업자들의 하이패스 설치비용과 요금 정산 주체 결정을 하이패스시스템 설치가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렇듯 터널 통행 시민의 불편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2008년 ''교통카드 전국호환'' 계획을 수립했으나 지자체와 터널 운영업체의 손익 셈법에 밀려 하이패스카드와 대중교통카드 간 호환은 요원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