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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차례는 우리 과?" 인문학과 ''폐지 도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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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국문과 등 잇따른 존폐 기로…"부메랑 돼 돌아올 것" 우려

"이번에는 철학과, 독문과지만 당장 다음에는 우리 과가 될지 모르니까요."

한남대 철학과와 독문과에 대한 ''폐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접한 문과대학 소속 A 교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남대는 지난해부터 취업률과 충원율 등 4개 지표를 바탕으로 학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낮은 점수대에 머무르는 학과는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한 철학과가 폐지 여부 1순위에 올랐다. 함께 폐과가 추진됐던 독일어문학과는 논의가 1년 유예될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유예가 되든, 지금 폐과가 되든 결국은 모든 인문학과가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불안과 상실감이 교수들 사이에서 팽배하다.

인문학과의 잇따른 폐지는 비단 한남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배재대는 국어국문학과와 독일어문화학과, 프랑스어문화학과 등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목원대도 독일언어문화학과와 프랑스문화학과를 폐지한다.

대전대는 올해부터 철학과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건양대는 국문과를 이미 폐지했다.

대학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학문으로 여겨졌던 인문학과의 ''폐지 도미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학과 내부에서는 관련 학문을 계속 연구하겠다는 제자들을 오히려 ''말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교수는 "제자를 키운다는 보람은 포기한 지 오래"라고 말했다.

학문의 맥이 끊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다.

이 같은 상황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취업률''이다.

교육부가 선정하는 이른바 ''부실대학'' 기준에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결국 지역대 구조조정의 기준도 이 ''취업률''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한남대 문과대학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인문학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정량적 평가만을 통해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 국립대 교수는 "이미 인문학과 통폐합이 시작된 사립대는 물론, 국립대조차 인문학과 전임 교원 수를 갈수록 줄이는 등 대학본부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가다가는 학문 후속세대들은 씨가 마르게 될 것"이라며 "인문학은 다른 학문의 근간인데 뿌리째 흔들린 인문학에 대한 대가는 언젠가 치르게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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