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 왜곡
일명 ''일베''로 불리는 일간베스트 저장소 사이트 이용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들이 일베 사이트뿐 아니라, 인터넷 공간 곳곳에 파고들어 왜곡된 극우적 역사관을 퍼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 위키피디아의 ''5.16'' ''5.18'' 서술 훼손 우려실제로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서 일베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위키피디아는 작성 권한을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내용을 작성할 수 있는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대표적인 집단지성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백과사전을 펼쳐봤을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도 역사 지식 등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주 찾는 서비스다.
하지만 CBS가 위키피디아의 주요 역사 문서를 살펴보니, 일베에서 통용되는 극단적 역사관과 폭언으로 사실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문서의 ''바뀜 내역''에는 그 역사적 의의와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북한 간첩이 개입했다" 주장도
총 1972번의 바뀜 내역 가운데 최근 1년간 바뀐 366개 내역에서만 120차례나 문서를 훼손하려는 시도가 확인됐다.
공식 명칭인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바꾸는가 하면, 당시 시민군ㆍ민간인 희생자를 ''폭도''라고 바꿔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수부대''로 표기된 부분을 모두 ''북한군 특수부대''로 바꿔서 "남파된 북한군이 시민을 학살했다"고 변경하는가 하면, 반대로 "시민군 측에 북한 간첩이 개입했다"는 내용을 집어넣기도 했다.
또 5·18을 "김대중의 사주로 일어난 좌익 빨갱이들의 폭동"이라고 정의하거나, 시민의 피해 사실에 대한 증언에는 "유언비어"나 "거짓"이라고 덧붙여놓기도 했다.
심지어 당시 시민군ㆍ민간인 희생자를 "홍어"로 바꿔 비하하거나 "총기를 들고 일어난 하나의 폭동"이라는 문장으로 문서 전체를 뒤덮기도 했다.
이렇게 눈에 확 띄는 ''왜곡''은 그나마 다행이다. 피해자 수치를 조금 줄여놓거나, 극우적 의견에 대한 반박 분량을 줄여놓는 등 쉽게 발견하기 힘든 문서 왜곡도 부지기수다.
이런 왜곡이 너무 심하다보니, 다른 위키 사용자들이 ''5.18 문서''에 대해서는 1년 동안 여덟 차례나 보호 기능을 설정하기도 했다.
덕분에 ''5.18 문서''는 현재 다른 문서들과는 달리, 로그인을 하지 않으면 편집을 할 수 없도록 일정 기간 보호를 받고 있다.
일베 광주
◈ 5·16쿠데타는 ''군사혁명''으로…"훈민정음 이후 가장 위대" 왜곡도''5·16 군사정변'' 문서 역시 왜곡 정도가 심하긴 마찬가지였다. CBS가 해당 문서의 ''바뀜 내역'' 414개 항목을 조사해보니, 총 49회에 걸쳐 문서를 훼손하려던 내역이 발견됐다.
이 가운데 33회는 5.16쿠데타 또는 군사정변을 "군사혁명"으로 바꾸려는 시도였다.
이들은 5.16쿠데타의 역사적 필요성을 확보하기 위해 "4.19 직후 정국이 매우 혼란스러웠고, 제2공화국은 무능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5.16이 훈민정음 창제 다음으로 위대한 민족혁명"이라고 추켜세운 내용도 있었다.
특히 이러한 왜곡 시도를 찬찬히 살펴보면 ''홍어''나 ''슨상님'' 같은 용어들이 빈번하게 등장했다. 이런 용어를 일상적으로 쓰는 일베 사용자들, 이른바 ''일베충''의 소행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지슬''이나 ''화려한 휴가'' 등 현대사 영화에도 ''별점 테러''
이러한 역사 왜곡 사례는 비단 위키피디아뿐만이 아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지슬'', ''화려한 휴가'', ''26년'' 등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다룬 영화들은 봉변을 겪고 있다.
이른바 ''별점 테러''를 당하고 있는 것. ''별점 테러''는 영화 평가 항목에 고의적으로 0점이나 1점 등 최하점을 주는 행동을 가리킨다. 낮은 별점과 함께 적혀있는 댓글을 보면 역시 일베 사용자들의 집단 행위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최악의 빨갱이 영화", "폭동을 민주화시키는 선동영화는 척결해야 합니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야", "좌좀 빨갱이 간첩 새끼들은 모조리 죽여버려야 한다" 등의 살벌한 내용이 잔뜩 적혀 있다.
실제로 일베 사이트의 주요 게시판을 살펴보면 이들 영화를 지목하면서 별점 테러를 가하자고 주장하는 게시글이 쉽게 검색된다.
◈ 민족문제연구소 해킹도 ''일베 소행'' 추정 일각에서는 지난 11일 민족문제연구소 홈페이지를 해킹한 범인도 일베 사용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일베 게시판에 연구소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고, 이어 해킹을 통해 유출한 것으로 보이는 회원명단도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극우세력들이 자신들의 울타리 밖으로 탈출, 역사 왜곡에 집단적으로 나서면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조세열 사무총장은 "공격적, 선동적인 네티즌들이 조직화, 집단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허위사실이 계속 유포되면 언젠가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